[정용석 칼럼] 북한의 욕설 중단과 유화 손짓의 기만
북한이 “욕 안하는 것이 긍정적인 변화”인가
북한의 욕설 중단과 유화 손짓의 기만
북한의 욕설 중단과 유화 손짓의 기만 술수에 홀려 그것을 “긍정적인 변화”라고 받아들여서는 안된다..'진정성'을 보일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새해 들어와 신년 국정연설을 마친 뒤 북한과 관련해 낙관적인 기대감을 털어놓았다. 그는 기자들과의 대화를 통해 북한이“욕 안 하는 것만 해도 오래간만이다.”라며“발전이고 긍정적인 변화의 일부분”이라고 밝혔다. 그는 북한이“수십년 (욕)해오던 관습을 약간 벗어난 것”이라고 재 강조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북한이 이 대통령에 대해“욕 안 하는 것"을“긍정적인 변화”이고 '발전'이라고 보기엔 아직 이르다. 이 대통령의 북한에 대한 인식이 너무 낙관적이거나, 아니면 '발전'이 아닌 것을 알면서도 의도적으로 정상회담을 추진할 환경이 무르익은 것처럼 분위기를 띄우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북한이 북핵 폐기 진정성을 보이기 전 정상회담을 추진해서는 안 된다는 국민들의 반대여론을 다독이기 위한 분위기 조성이 아닌가 싶다.
러시아 속담에 이런 말이 있다. “겨울은 눈이 세 번째 내리기 전엔 시작되지 않는다.” 북한의 '긍정적인 변화'나 '발전'도 한 두 번 욕하지 않는 것으로 속단하기 어렵다. 이 대통령은 첫 눈이 내린 것을 보고 성급하게 겨울이 시작되었다고 불쑥 토로한 것 같다.
북한이 이 대통령에 대해 욕설을 퍼붓다 중단한 건 사실이다. 북한은 이 대통령을 '역도' '매국노' '간상 모리배' 라고 막갔다. 그러더니 작년 8월 남북정상 회담 가능성을 슬며시 띄우기 시작하였고 이 대통령에 대해 욕 대신 '대통령'으로 호칭해 주었다. 올 신년 공동사설에서는 남한을 비난하는 말을 한 마디도 하지 않았고 도리어 남한을 향해 대화에 나오라며 부드러워 졌다. 남북정상회담을 거듭 시사하면서 유화적 제스쳐를 보내고 있다.
북한은 그동안 욕설 퍼붓기와 유화적 손짓의 악순환을 되풀이 해왔다. 마치 조폭처럼 폭력을 휘두르며 협박한 다음에는 부드러운 말투로 얼러맞춰 원하는 것을 빼가곤 했다.
북한의 상투적인 협박과 얼러맞추기 책동은 김대중 대통령을 상대로 재미를 보았다. 북한은 1999년 1월31일 평양방송 보도를 통해 “김대중은 김영삼과 더불어 죄악의 쌍둥이”라고 욕설을 퍼부었다. 이어 그해 7월28일자 로동신문은 김 대통령을“추악한 부정부패의 왕초” “역도” “도적“ ”인간 추물“ ”달변과 술수로 사람들의 등을 쓸어주고 간을 빼먹는 흉물"등 욕지거리로 채웠다.
그리고 난 다음 김 대통령으로부터 5억 달러를 남북정상회담 댓가로 받아냈다. 북한이 이 대통령을 상대로 욕설을 퍼붓다가 중단한데도 필시 노리는 것이 있음에 틀림없다. 이 대통령에게 욕을 계속 먹을 것인가, 아니면 좋은 말 할 때 모른채하며 끌려올 것인가,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꾀임이다.
북한의 의도는 욕설 중단으로 북핵 폐기를 전제하지 않은채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켜 북핵 보유를 기정 사실로 굳히려 한다. 한*미간의 대북제재 공조를 헝클어놓고 미국 마저 대북 유화책으로 끌어들이려는 속셈도 숨겨놓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의 대북 강경책을 해체시켜 북한의 기만책동에 넘어가도록 유도하려는 것이다.
또한 남한으로부터 경제지원을 다시금 받아내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 자금으로 더 쓰며 더 만들기 위한데 있다. 그밖에도 정상회담을 통해 남한내 친북 세력의 기를 세워줌으로써 남남갈등을 다시금 격화시키려는 붉은 음모도 빼놓을 수 없다.
여기에 이 대통령은 북한의 욕설 중단과 유화 손짓의 기만 술수에 홀려 그것을 “긍정적인 변화”라고 받아들여서는 안된다. 혹은 “긍정적인 변화”가 아닌 것을 알면서도 남북정상회담으로 가기 위한 구실로 내세워서는 더욱 안된다. 뿐만 아니라 무조건 남북정상회담을 하라고 다그치는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을 비롯한 친북 세력게게 정치적으로 비위맞추기 위한 방편으로 써서는 더 더욱 안된다.
이 대통령은 자신이 여러 차례 피력했던 대로 북한이 핵 폐기 '진정성'을 보일 때까지 북한에 대한 경제·외교적인 압박의 끈을 풀지 말고 바짝 죄어가야 한다. 물론 북한과의 대화는 필요하다. 그렇지만 핵 폐기를 전제하지 않은 채 북한의 되풀이되는 상투적 수법인 욕설 중단과 기만적 유화 제스쳐에 끌려간다면,“수십년 해오던 (협박과 기만) 관습”에 또 다시 속아넘어가는데 불과하다.
북한이 '진정성'을 보일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그리고 내치(內治) 안정과 실업구제및 경제발전에 매진해야 한다. 이 대통령은 김대중과 노무현 전임자들의 실패한 남북정상회담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역사는 되풀이되는 것”인지 심히 우려된다.(konas)
정용석 (단국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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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나스 www.konas.net 2010.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