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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재 칼럼] 김정일이 악이 아니라면 세상에 악은 없다

no1tv 2011. 1. 3. 20:03


김정일이 악이 아니라면 세상에 악은 없다

악의 원천인 김정일을 OO위원장이라 부르는 한,
대한민국의 내일은 암담하다.



유물론에 따르면, 악의 원천은 소유다. 유물론자는 봉건사회나 자본주의사회의 소유 제도가 사라지면 악도 절로 사라진다고 생각한다. 토지를 소유한 지주와 기업을 소유한 자본가는 유물론자의 눈에 악의 양대 축으로 비친다. 소작농과 노동자가 떨쳐 일어나 지주와 자본가를 때려눕히고 무소유 또는 공동소유의 사회를 만들면, 지상낙원이 건설된다고 공산주의자들은 진심으로 믿고 그렇게 주장한다.

무소유니 공동소유니, 무산자(無産者 프롤레타리아)에게는 참 듣기 좋다. 왜 듣기 좋을까? 그런 사회가 도래하면 자신들의 몫이 많아질 것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똑같이 나누면, 평균소득 이하의 사람들은 가만히 앉아서 소득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논리적으로 이상의 주장은 자체 모순에 빠졌다.

첫째, 왜 소유가 악의 원천인가? 소유야말로 인간의 존엄성을 지켜주는 방패다. 내 소유의 식량이 있으면 생명을 유지할 수 있지만, 내 소유의 식량이 없으면 언제든지 목숨을 잃을 수 있다. 쌀 열 가마니를 창고에 넣어 두든, 그에 해당하는 돈을 갖고 있든 내 것이 있으면, 계룡산에 들어가서 날마다 공중부양을 연습하더라도 몇 년간 이 세상 누구의 간섭도 안 받고 마음대로 살 수 있다. 내 소유의 식량이나 돈이 없으면, 그보다 더 비참할 수 없다. 거지, 노예, 창녀, 가릴 수 없다. 사흘 굶었지만 아무 희망 없이 방안에서 눈만 끔벅거려야 한다면, 아내와 자식도 옆에 같이 누워 있다면, 도덕이니 법률이니 하는 것은 사치에 지나지 않는다. 2천만 동족을 이런 생지옥에 가둔 자가 바로 김일성과 김정일이다.

둘째, 폭력으로 지주와 자본가를 때려눕힌다는 것은 소유가 악의 원천이라고 하면서 물질(토지와 공장)을 인간(지주와 자본가)보다 중시하는 모순에 빠져든다. 물질이 인간을 위해서 존재해야 하는데, 물질을 위해서 인간이 존재하도록 만드는 모순에 빠져든다. 또한 지주나 자본가를 죽이거나 강제수용소에 가두고 난 다음에 토지와 공장을 분배하면 그 분배는 다시 소유가 된다. 유물론자에 따르면, 소유는 악의 원천이므로 새로이 조금이라도 가진 자는 새로운 악마다. 따라서 그도 죽이거나 강제수용소에 집어넣어야 한다. 그냥 창고에 식량을 쌓아놓고 배가 고프면 그때마다 딱 먹을 만큼만 가져가면, 소유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게 알아서 가져갈 사람이 있을까? 누군가 분배해야 한다. 이 분배권을 누가 가질 것인가. 무소유 또는 공동소유의 사회를 만들어 놓으면, 이제는 소유가 아니라 분배권이야말로 최고의 권력이자 최대의 소유이다. 이전의 지주나 자본가는 새로운 사회의 분배 권력자에 비하면, 개미와 코끼리만큼 크게 차이난다.

국가 전체의 부는 사실상 최고 분배권자의 개인 소유가 된다. 형식적으로는 소유한 게 없다. 필요한 만큼 가져가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공산국가의 권력서열 1위는 최고 분배권자로서 세계최고 갑부인 국제금융가 로스차일드가(家)보다 소유가 많다. 그들은 절대적인 분배권자로서 국가 전체의 부만이 아니라 노예로 전락한 옛 자본가와 지주의 생명과 옛 노동자와 농민의 생명도 소유했다. 이를 생사여탈권이라 한다. 분배권에 도전한다는 의심만으로 누구든지 짐승을 격리하듯 강제수용소에 언제든지 집어넣을 수 있었고 파리 죽이듯이 인민재판 후에 공개처형 시킬 수 있었다. 금수강산에 이런 생지옥을 만든 자가 김일성과 김정일이다. 아비는 90% 외세를 빌어 일으킨 전쟁으로 3백만을 죽였고, 아들은 생지옥 평화로 3백만을 굶겨 죽였다. 그들이 독점적 분배권에 방해된다며 때려죽이고 강제노역 시키다 죽인 동족은 얼마인지 아무도 모른다.

등소평이 공산주의자로서는 드물게 그런 대로 평가를 받는 이유는 다른 데 있지 않다. 그는 국가 원수의 독점적 분배권을 대폭 이양하여 원로나 후배와 분배권을 공동으로 행사하는(집단지도체제) 동시에 누구나 정당한 노력의 대가를 소유할 수 있게 만든 것이다(소유제도). 중국이 1인당 국민소득은 아직 세계 100위도 안 되지만, 나라 전체의 부는 세계2위로 올라섰다. 그러나 앞길은 구만리다. 여전히 중국 공산당의 분배권은 국제금융이나 다국적 기업의 소유권보다 크기 때문이다. 그것은 국부가 늘어나면서 훨씬 커졌다. 개인 소유보다 월등히 큰 국가 소유나 공동 소유는 중국 공산당이 소유하고 있는데, 그것은 권력서열에 따른 분배권을 가진 자들이 우선적으로 자신의 가족에게 떼어 준다.

김정일은 최고 권력자의 분배권이 얼마나 거대하고 달콤한지 누구보다 잘 알고 그것을 꿈에도 나눠 줄 생각이 없기 때문에, 그의 큰형님과 작은형님인 호금도와 온가보가 노골적으로 개혁개방을 요구해도 2011년 1월 1일의 공동사설에서 ‘자력갱신’의 붉은 깃발을 더 높이 달고 분배권을 조금도 이양할 생각이 없다는 것을 전 세계에 알린다. 공산주의 이념의 핵심 중 핵심인 ‘세습재산의 부정’을 부정하고 2대 세습에 이어 3대 세습을 강행하고 있다. 세습재산이 아니라 세습분배권이기 때문에, 형식상 김정일은 대지주도 아니고 대자본가도 아니다! 무소유의 실천자이다!

박정희는 암흑의 분단 시대에 횡행한 민족의 도깨비불로 여겨 이름만 들어도 안색이 도깨비 눈처럼 파랗게 변하고, 김일성은 광명의 화해 시대에 민족의 태양으로 받드는 30%(북한에는 단 한 명도 이제 이런 자가 없지만) 한국의 태양교 신도들은 김일성의 이름만 들어도 황송해져서 북한의 3대 세습분배권에 대해 암묵적으로 동의하고, 김대중 정권 때의 연평해전이든, 노무현 정권 때의 핵개발이든, 이명박 정권 때의 천안함 폭침이나 연평도 포격이든, 기꺼이 ‘위원장님, 위원장님, 우리 위원장님, 6.15공동선언 공동 서명자님!’ 합창하면서 김정일의 대변인 역할을 자임한다. 심지어 대부분 유신헌법으로 출세한 자들로 구성된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에도 이런 자들이 다수를 점하고 있다. 자본주의의 소유와 자유민주의 자유로 누구보다 잘 먹고 잘 살았고 잘 살고 있는 자들이 김정일의 세상이 되면, 모든 소유를 빼앗기고 일체의 자유를 박탈당하고 바로 노예로 전락할 줄 모르고, 추상적 이념의 노예가 되어, 김정일에게 누가 되지 않는 짓을 선이라 생각하고 김정일에게 누가 되는 애국행위를 악으로 여긴다.

유물론의 자체 모순 중 세 번째는 공산화되면 생산이 이전만큼 유지되거나 그보다 늘어날 것이라는 전제조건이다. 그들에 따르면 생산은 노동에 의한 것(노동잉여가치설)밖에 없기 때문에 토지와 기업이라는 생산수단을 공유화하면, 노동은 더 이상 착취당하지 않고 생산이 더 늘어나고 분배도 자연히 늘어난다고 주장한다. 소유와 생산과 분배에 대해 세 살 어린애보다 모르는 자들이다. 세 살 어린애도 자기가 생산한 것은 하나도 없지만, 우유든 과자든 장난감이든 인형이든 자기 것으로 확보된 것은 절대 양보하지 않는다. 특히 뭐든 부족할 때 더 그러하다. 내 어릴 때만 해도 껌이 워낙 귀하여 씹다가 벽에 붙여 놓고 새까맣게 되어도 계속 씹었다. 그것은 무엇보다 소중한 내 재산이었다. 내 분신이었다.

내 것이 된다는 보장이 없으면 사람은 더 이상 노력하지 않는다. 대신 오로지 빼앗을 궁리만 한다. 생산은 급격히 줄어든다. 분배의 절대치가 줄어들어 대부분이 거지로 전락하고, 눈이 밝은 자들은 생산 활동에는 전혀 참여하지 않고 오로지 분배권을 확보하려고 끝없이 남을 짓밟고 올라서는 권력투쟁을 벌인다. 공동생산은 가능하다. 그러나 그것은 가족처럼 공동분배가 전제될 때 가능하다. 한 다리가 천 리인데, 사촌만 되면 형제도 결혼하면 내 것과 네 것은 각기 내 생명과 내 자유 그리고 네 생명과 네 자유를 보장하는 것이므로 빌려 주거나 선물할 수는 있을지언정 공동소유하지는 못한다. 하물며 생판 모르는 남을 위해서 죽어라고 노력할 자는 미친 자 아니면 없다. 그렇게 죽어라 노력하는 자들도 실은 분배권을 확보하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한다. 그렇게 노력하다가 죽으면 최소한 남은 가족이 분배를 더 받을 수 있다. 이런 희생은 너무나 어려워서 중공의 10억 인구에서도 죽어라 일하다가 진짜 죽어 버린 뇌봉이라는 노동자 한 명밖에 없었다.

사회주의에 경도된 자들일수록 권력 다툼이 치열하다. 마르크스파든 김일성파든 그들의 권력 다툼은 조직폭력배 이상으로 치열하다. 이렇게 치열한 권력 다툼을 벌였기 때문에 한국에선 여론조사와는 딴판으로 결정적인 선거에서 전혀 엉뚱한 자가, 두꺼비가 파리 잡아채듯 예상외의 승리를 낚아챈다. 그들에게 권력은 곧 분배권이다. 평등을 금과옥조처럼 내세우는 공산국가에서 권력서열이 가장 엄격한 것은 바로 그것이 소유권보다 덩치가 훨씬 크고 자의성이 강한 분배권의 서열이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국가에서도 소유권을 부정하고 분배권을 내세우는 사람은 마치 무소유의 구루처럼, 가난한 자의 구세주처럼 고상해 보인다. 좌파일수록 국회의원 한 자리라도 꿰어 차면, 교육감 한 자리라도 차지하면, 국가 예산에 대한 분배권을 틀어쥐고 국민을 악한 부자와 선한 가난뱅이 둘로 제멋대로 나눠서 후자에게 화끈하게 나눠 준다며, 제 돈은 한 푼도 안 내고, 거대한 악의 세력에 맞선 위대한 자선가인 양 설쳐댄다. 국가나 지방정부의 재정적자는 이들의 눈에는 전혀 안 들어온다. 선심 정책으로 주저앉은 남미도 모르고 공짜 남발로 몰락한 공산권도 모른다. 아니, 형식상 모든 게 공짜인 공산국이 그들에겐 더 이상 좋을 수가 없다. 북한은 형식상 아직 식량도 공짜, 교육도 공짜, 의료도 공짜다. 공짜긴 공짜이되, 공짜는 분배권을 틀어쥔 권력서열에 따라 분배되어 결국 힘없는 대다수 북한주민은 전혀 혜택을 못 받아 굶어죽지 않으면 영양실조 상태다. 어린이들은 학교 대신 길거리에서 꽃제비로 떠돈다. 김일성과 김정일이 만든 생지옥에서 인간의 기본권은 모조리 사치다. 이처럼 소유권이 분배권으로 이전되면, 형식상 공짜가 많아질수록 한 줌의 쌀에 인간의 존엄성을 모두 내던지는 인간소외가 더 심해진다.

어떤 경우에도 악의 원천인 김정일을 비판하지 않는 자들이 대한민국 국민의 약 30%를 차지한다. 피와 땀의 생산에 이어 권력의 자의적인 분배가 아니라 시장과 법치에 의한 정의로운 분배로 소유와 자유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은 중산층을 불과 한 세대 만에 70%나 양산한 기적의 나라에서, 전 세계 개도국의 부러움을 사고 있는 어제의 최빈국 대한민국에서 이런 자들이 30%나 차지한다. 알고 보면, 그들은 입으로만 떠들 뿐 대부분 중산층 이상으로 기득권은 그대로 유지한 채, 정치자금이든, 기부금이든, 노조 조합비든, 정부기금이든, 법의 눈을 피하여 눈 먼 돈의 분배권을 마음대로 휘두르고 있고 거기에 더하여 국가 예산의 분배권 장악을 최종 목표로 삼고 있으므로, 그것은 당연하다. 김정일이야말로 지상 최대의 분배권을 가졌으니까! 최고로 숭배하는 자에게 갖은 아름다운 핑계로 갖다 바치는 것을 무쌍의 영광으로 아는 것도 십분 이해할 만하다. 자연히 이들의 선악 개념은 완전히 뒤바뀌어 있다. 그들은 위선의 늪 속에서 탁 트인 초원을 노래하고 있고 독선의 우물 안에서 거대한 우주를 논하고 있다.

(2011. 1. 2.)

최성재(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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