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김택규 칼럼] 북한에 갔다오면, 왜 모두 침묵을 할까?

no1tv 2010. 2. 17. 16:39


북한에 갔다오면, 왜 모두 침묵을 할까?

로버트 박의 침묵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김택규 감신대 객원교수

대단히 이상한 일이다. 최근에, 북한에 억류되어 있다가 나온 사람들은 왜 모두 침묵하는 것일까?

지난 12월 25일 크리스마스 날에, 김 정일 에게 인권 개선 및 정치범 수용소 폐쇄와 종교의 자유 등을 촉구하기 위해 스스로 두만강을 건너 북한에 들어 갔던 미국 시민 로버트 박이 억류 43일 만에 석방되어 나왔다.

그런데 그가 베이징 공항에서는 물론, 자유 천지인 미국땅 (로스엔젤스 공항) 에 도착해서도 그간의 경위나 북한에서의 억류에 대해서 일언 반구 언급이 없이 침묵만 지키고 있으니 도대체 북한에서 무엇을 보고 또 무슨 일을 당했기에 그러는 것일까? L.A. 공항에서 기자들이 아무리 질문을 하고 말을 걸어도 로버트 박은 눈을 감고 입을 꾹 다물고만 있었다는 것이다.

작년에 북한과 중국 국경 지역에서 취재하다가 북한 경비병들에게 붙잡혀 북한에 억류되어 있다가 풀려 나온 미국 시민인 두 여기자들도 마찬가지였다. 클린턴 전 대통령과 함께 L.A. 공항에 도착한 그들도 입을 다물고 일체 북한 억류에 대한 언급을 회피하기만 하였었다. 그들은 왜 ‘침묵 모드’로 일관하는 것일까?

로버트의 경우 몇 가지 시나리오들을 생각해 볼수 있다.

(1) 고문 당하고 협박을 당해서 일수 있다. 석방되어 미국에 가 있어도 북에 대해 나쁜 얘기를 하면 공작원을 보내 어떤 위해를 가하겠다고 협박 받았을 수 있다.

(2) 북한 당국자들의 선심 공세에 넘어 갔기 때문일수 있다. 최고의 친절을 베풀고, 최고의 대접을 하며, 북한의 좋은 곳만 보여주고, 봉수 교회에서는 종교의 자유가 있다고 보여주면서, 북한에 대한 좋은 인상을 갖도록 했을 수 있다. 북한을 전혀 모르는, 순진하게 미국에서 자란 청년으로서는 선심 공세에 쉽게 넘어 갈수도 있을 것이다.

(3) 고도의 세뇌 공작을 당해서 일수 있다. 북한의 세뇌 공작 기술은 아마 최고 수준급일 것이다. 미국에서 자란 순진한 청년 하나쯤, 43 일간이면 얼마든지 세뇌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 동안 자기가 가지고 있던 북한에 대한 생각이 전적으로 미 제국주의자들의 선전에 기인한 잘못된 것이고, 북한은 실제로 인권국가요, 종교 자유가 있고, 살기 좋은 나라라고 완전히 Brain Wash되어,(다시 말하면, 변절이 되어), 북한 중앙통신 기자회견에서 자기의 죄를 반성한다는 말을 했을 수 있다. 그리고 북한의 로버트 박 담당자들은 위의 세가지 방법을 다 사용했을 수도 있다.

(4) 로버트 박이 주도적으로 참가했다고 하는 “글로벌 정의 네트 워크”측에서는 로버트 박은 Brain wash 당한 것이 아니다. 그가 북한에서 기자회견에서 말했다고 하는 것도 진실이 아니다. 다만 북한이 석방의 명분을 만든 것에 불과하다” 라는 식의 성명을 발표했다. 그렇다면, 로버트는 처음에는 목숨을 버릴 각오로 들어갔지만, 고문 등을 당하고는 목숨이 아까워, 일단 북한에서 시키는 대로 하면 석방시켜 준다고 하니까,‘사죄 및 북한 찬양’성명도 발표하고, 석방되어 나와서는, 사정상 당분간 침묵하는지도 모른다. 물론 이외에도, 북한이라는 나라는 철저한 상명 하복의‘군대 국가’이며‘최고의 독재국가’이며,‘조폭 집단’같은 이상한 나라임으로, 우리가 알지 못하는, 또 다른 침묵을 지켜야 하는, 어떤 말 못할 사정이 있는지도 모른다.

자세하고 확실한 것은 로버트 박이 입을 열고 진실을 말해야만 알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로버트 박은 속히 침묵을 깨고, 그의 입북 동기, 북한 억류 시에 당했던 모든 내용, 그를 석방하면서 북한 당국이 취했던 어떤 조건이나 조치들, 기타 모든 내용을 하나도 숨김 없이 자세히, 그리고 진실하게 밝혀야 할 것이다. 그것이 그 동안 그를 성원했던 수많은 ‘자유를 사랑하는 사람들’에 대한 빚을 갚는 것이 될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로버트 박이 입국하기 전에 발표했던 대로 그는 북한 김정일 에게 편지를 가지고 갔다.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 철폐와 종교 자유를 위해 목숨을 버릴 각오로 북한에 들어 갔다. 그래서 우리는 그를 저 나치 히틀러 치하에서 목숨 걸고 저항했던 ‘본 회퍼’(성직자)에 비견하면서 그런 용기를 갖지 못한 우리 자신들의 용기 없음에 자괴감을 느끼기도 했다.

그러면 로버트 박은 북한에 들어 가서 과연 그가 만난 군인들에게, 그리고 그를 심문하는 북한 당국자들에게, 그리고 그가 갔던 봉수 교회에서, 다시 말하면 그가 만났던 북의 모든 사람들에게, 인권 개선, 정치범 수용소 페지, 종교 자유를 한번이라도 당당히 외처 보았는가 묻고 싶으며, 그에 대한 해명도 분명하게 해야 할 것이다.

베이징 공항에서 풀이 죽은 모습으로, 침묵 모드에 빠져 나온 로버트 박, 그가 크리스마스 날에 두만강을 넘은 것은 결국 북의 현실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 한갓 철없는 영웅주의에 불과했던 것인가? 혹은 악한 세력과 싸우겠다고 풍차를 향해 돌격했던 돈키호테 같은 우스꽝스런 해프닝이였던가?

차라리 그가, 어떤 고문, 협박, 혹은 선심공세나, 또는 세뇌 공작, 기타 모든 북한 당국자들의 압박과 회유에 굴하지 않고, 끝까지, 초지 일관하여 싸우다가 북한에서 영영 나오지 못하거나 혹은 희생을 당했다고 하면, 그는 본 회퍼 같은 ‘순교자’의 반열에 세워젔을 것이며, 전세계에 북한의 인권 문제, 정치범 수용소 폐지, 종교 자유에 대한 경종을 크게 울려 퍼지게 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머리를 숙인 풀 죽은 모습으로, 우리가 기대하지 않았던 이상한 기자회견을 북에서 하고, 43일만에 침묵 모드를 지키며 미국땅에 도착한 것이다.

로버트 박은, 그 동안 미국과 한국과 세계 각처에서 그에게 성원을 보냈던 수많은 ‘자유와 평화를 사랑하는 사람들”, 처음 그가 입북하자 그를 돕겠다고 말한 맥케인 상원 의원 등 그를 support 했던 미국의 지도자들,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 그리고 그를 위해 눈물을 흘리며 기도했던 수많은 국내외의 크리스쳔들을 실망시키지 말기를 바란다. 그들을 배반하지 말라. 모든 진실을 밝히고 그가 목숨 걸고 하려던, 북한의 인권 개선, 강제 수용소 페지, 종교 자유를 위해 다시 분연히 일어나 주기를 간곡히 당부하는 바이다.

끝으로 한가지, 어떤 개인이 북을 변화시키겠다고 북한에 들어가는 것은 무모한일이라는 것이다. 반 김일성 , 반공 정신으로 무장되어 있던, (북한에서 살다가 6,25 이후에 자유를 찾아 나왔던) 인사들 중에도(심지여 목사들 중에도), 가족 상봉 등 북한에 들어갔다 와서는 ‘친북 반미’로 돌아서는 경우가 많은 것을 보았다. 하믈며 순진한 젊은이야 말할 것도 없다. 그곳은 일단 들어가면 무엇이든지 녹여버리는 하나의 ‘붉은 용광로’인 것 같다.

김택규 감신대 객원교수 :
http://unifykorea.net/



관련기사
로버트 박, 북한인권운동은 이제부터다
강철환 "로버트 박도 인간개조 당했나?"

[올인코리아 www.allinkorea.net 2010.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