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선군정치(先軍政治)
선군정치의 함의(implication)
가. 선군정치란 무엇인가?
한마디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국방위원장 김정일이 1990년대 중반부터 내건 정치사상이다.
북조선은 1955년 이전까지 마르크스-레닌주의를 표방하였다. 이후 주체사상의 도입되어 1977년 북조선사회주의헌법에서 주체사상을 공식 이념으로 선포, 마르크스-레닌주의와 결별하였으나 그때까지만 해도 북조선 사회의 근본이 프롤레타리아라는 점은 남아있었다. 김정일은 국제사회에서 제국주의적 패도정치가 만연한 가운데 우리식 사회주의를 수호하고 자주성을 실현하기 위해서라는 명분으로 노동계급이 아니라 군대를 국가의 근간으로 보는 새로운 정치체계를 제안하였다. 이로 인해 북조선은 역사의 주역이 프롤레타리아가 아니라 군대라는 주장으로 마르크스스-레닌주의와 완전히 결별하였으며, 실질적으로 공산주의가 아니라 통제경제 체제의 파시즘이라는 특이한 체제를 이루게 되었다.
서방측에선 이를 군사제일주의정책(military first policy)으로 통용하고 있다.
북한에서 말하는 선군정치는 ‘군사를 우선시 하는 정치’ 또한 ‘군에 의거하여 주체혁명위업(주체사회주의)을 전진시키는 정치’라고 할 수가 있다.
이에 대해 북한 문헌에서는 “선군정치란 본질에 있어서 군사선행의 원칙에서 혁명과 건설에서 나서는 모든 문제를 풀어나가며 군대를 혁명의 기둥으로 내세워 사회주의위업 전반을 밀고 나가는 정치”이며 “군대를 혁명의 주력군으로 내세우고 주력으로서의 군대의 역할에 기초하여 혁명과 건설을 전진시켜 나가는 정치”라고 정의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인민군대는 혁명의 기둥이며 주체혁명위업 완성의 주력군이라는 뜻인 것이다. 본래 사회주의 정치에서는 주력군은 당의 영도를 받는 노동자계급과 농민을 뜻하는데 선군정치에서는 군을 주력군으로 보고 군과 노동자.농민(민중)을 혁명의 2대 역량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2대역량은 주체사회주의의 사회정치적 기반을 이루면서 ‘군과 민중의 일치’(군민일치)가 그 밑뿌리를 이루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이러한 역량관계에 대해 북한의 문헌에서는 “지금 우리는 망치와 낫 우에 총대가 있다. 이것은 우리 당의 독창적인 군사중시사상, 선군정치노선을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말이다”라고 밝히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망치는 노동자계급을, 낫은 농민을, 총대는 인민군대를 의미한다.
나. 선군정치의 평가
그러면 이와 관련하여 소위 선군정치가 서방측의 자유민주의 저치체제와 무엇이 어떻게 다른지 몇가지 측면에서 접근해 본다.
(1) 정치와 군사관계
자유민주의의 기본원칙은 문민통제(civilian control)로서 폭력행사 수단인 군사력을 문민이 정치력으로 통제하는 문민우위(civilian supremacy over military)가 근본이 된다. 즉 주정종병(主政從兵)체제인 것이다. 그러나 김정일의 선군정치는 원수계급장을 단 현역군인의 신분으로(군경력 전무한 자임에도) 국방위원장이란 직책으로 국권을 군사제일주의적 차원에서 전횡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보장하는 헌법과 당규약이 마련되어 있으며 군고위직이 국가의 전 요직을 석권하고 당 상위 서열을 독점하고 있음으로서 국가의 입법 사법 행정의 전권이 김정일에게 귀속되어 있는 군사절대우위의 병영체제나 다름없다.
(2) 군의 리더십에는 민주주주의적, 권위주의적 그리고 자유방임주의적 리더십이 존재한다. 서방측에서도 전시나 비상사태 하에서는 예외적으로 권위주의적 리더십이 허용될 수 있지만, 북한의 군부에는 국방정책결정이나 지휘관의 의사결정에 민주나 자유방임이 전적으로 배제된다. 특히 서방측의 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이 헌법절차와 법적 제도적 장치에 따라 행하는 합법적인 권한행사와는 판이하게 김정일의 명령일하에 수직적 하향 의사전달체계에 의하여 일사분란하게 국방자원배분, 군사력건설, 군사력관리유지 그리고 군사력사용 의지가 관철되기 때문에 김정일의 일언이 곧 군법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원론적으로 리더십은 리더가 부하에 의하여 자발적으로 존경, 신뢰 ,협력 복종을 수용하는 체제의 여건과 환경이 조성되어야 하는데, 김정일은 강압통제와 우상숭배에 의하여 이 분위기를 날조하고 있는 것이다.
(3) 군정(軍政)과 군령(軍令)관계
전제군주국가나 공산주의체제가 아닌 서방측 국가들은 오늘날 군정군령 1원화체제를 취하고 있다. 이는 군통수권자의 자의적 전횡을 막기 위한 민주적 장치이다. 즉 군정(군사정책, 과 군사력 건설, 유지, 관리 등 군사행정 분야)과 군령(군사전략과 군사위협평가, 군사력 소요제기, 군사력사용 등 군사작전분야)의 업무를 문민 국방장관이 통할관장하여 내각의 협조를 얻어 군통수권자를 보필하는 제도이다.
북한은 명분상 인민무력부(국방부격)와 총참모부(통합군사령부)로 양립되어 있으나 국방위원장이 인민군총사령관인 바, 합법적으로 군정군령권을 통할 관장행사 가능함으로서 군정군령이 완전히 단일화된 병정통합(兵政統合)체제인 것이다. 이는 특히 군사력건설이나 군사력사용을 누구의 견제나 감시도 받지 않고 김정일의 특명으로 하시라도 실행 가능한 바, 대남침공을 위한 핵무기제조나 군사력투입(전쟁도발)은 김정일의 고유권한이란 것이다.
“전쟁은 다른 수단에 의한 정치의 연장”이라고 한 클라우제빗츠의 명언을 한술 더 뜬 선군정치야 말로 전쟁수단인 군사력의 자의적 사용권이 김정일에게 줘져있는 바, 전쟁은 곧 정치 자체이고 한반도 통일의 수단인 것이다. 그래서 강성대국이 대형군사력에 의한 선군정치를 뒷받침하게 된다.
이선호 / 군사평론가, 한국시사문제연구소장, 군사저널 고문
[라이트뉴스 www.rightnews.kr 2009.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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