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만행, 8·18 도끼사건과 유사 … 당시 미국은 전쟁불사 국민 생명 지키지 못할 땐 국가존립 기반 위협·국민 자부심 훼손 금강산 관광객에 대한 북한군의 총격 살인이 단순한 우발적 사고가 아니었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 가운데, 이번 사건은 국민보호를 최우선시 해야 하는 국가의 ‘마지노선’이 침해 당한 것으로 선진국이라면 전쟁까지 각오하는 극단적 사안에 해당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북한의 만행에 대한 우리 정부의 밋밋한 대응은 이념이나 정책문제를 떠나 자국민 보호라는 국가의 일차적 책임과 존립근거를 유기 및 파괴하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어 심각한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지난 11일 박왕자 씨(53)가 금강산 관광 중에 북한군의 총격을 받고 살해된 것은 1976년 발생한 8·18 도끼만행사건보다도 더욱 심각한 것으로 인식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박 씨의 경우 한 가정의 주부이자 어머니로 평범한 대한민국 국민이었지만, 휴전선 판문점에서 발생한 8·18사건은 한·미·북한 군인들 사이에 발생한 충돌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미국은 북한이 자국의 장교 2명을 도끼로 내리쳐 살해하고 미 경비병 4명과 한국 경비병 2명을 부상시킨 것에 대한 책임을 물어 작전명령 ‘데프콘3’(예비경계태세)와 ‘데프콘2’(공격준비태세)를 연이어 돌입시키면서 북한과 전쟁 일보 직전까지 갔다. 자국 국민의 안전과 국가의 권위를 회복 유지시키는 것이 정부의 1차적 과제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당시에도 북한은 이번 금강산 만행의 경우에서처럼 “사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건 가담 주모자들을 처벌하라”며 적반하장으로 나왔지만, 미국 본토와 괌, 오키나와 기지에서 날아온 핵탑재가 가능한 미 F111 전투기, B-52 폭격기, 동해에 이동 배치된 항공모함 미드웨이호 등에 의한 무력시위 앞에서 즉시 꼬리를 내렸다. 북한에 대한 응징으로 당시 미군과 한국군 특전사 장병들이 공동경비구역 내 북한군 초소를 파괴하고 사건의 발단이 된 미루나무를 통째로 절단하기까지 했지만 김일성은 한국전쟁 이후 처음으로 ‘유감성명’을 발표함으로써 사실상 사과했다. 박정희 대통령은 당시 “미친개에게는 몽둥이가 약이다’는 말을 남겼다. 이처럼 미국 등 선진국들은 자국민보호와 국가적 자존감을 지키기 위해 국력을 쏟고 있다. 미국은 1996년부터 2005년 북한의 핵개발 사태로 중단되기까지 모두 33차례 막대한 예산을 들여 한국전쟁 당시 북한에서 사망하거나 실종된 미군과 유해의 확인 및 발굴작업을 실시해 왔으며, 영국과 프랑스 등 유럽 선진국들도 자국민 보호를 실질적 최우선 국가과제로 삼고 있다. 한편 이명박정부는 우리 국민에 대한 총격 피살 사건이 발생한 이후에도 전면적 대북 대화 재개를 제안하는 등 위기대처 능력과 국가존립 개념의 총체적 부재를 드러냈으며, 결과적으로 국가의 권위와 국민의 자부심을 훼손했다는 비판을 받게 됐다. 정부의 이러한 태도는 잘못된 대북정책기조에서 기인한다는 지적이다. 김광동 나라정책연구원장은 “어떻게든 북한의 호의적인 태도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정부의 기본인식이 금강산 사건의 근저에 있다”면서 “이명박 대통령이 이번 사건에 대해 뒤늦게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될 일이 벌어졌다’고 말한 것도 결국 대북정책에 반하는 불행한 일이 벌어졌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원장은 이어 “정부가 이러한 대북정책의 골조를 바꾸지 않는 한, 이번 피격사건도 결국 해프닝으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한편 고 박왕자 씨의 희생을 계기로 정부의 성급한 대북정책에 제동이 걸리게 됐다는 지적도 있다. 이번 사건이 이명박정부가 대북정책을 수정하게 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1996년 9월 강릉에서 발견된 북한의 대남침투 잠수함은 북한의 지속적 침략행위를 드러냄으로써 당시 성급히 진행되던 대북 핵합의에 일시적이나마 제동을 거는 역할을 했다. 문용린 서울대 교수(교육학)는 “어디를 가든지 국가가 우리를 보호하고, 우리가 그러한 대한민국의 국민이라는 자부심을 갖는 것이 국가발전에 절대적으로 중요하다”면서 “이명박정부가 이번 사건을 계기로 그러한 인식을 갖고 북한에 대해 단호하게 대처한다면 이번 위기를 기회로 전환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범수 기자bumsoo@futurekorea.co.kr | ||
김범수 기자 [미래한국 http://www.futurekorea.co.kr/2008.07.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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