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손기정씨는 숨은 애국자"
지난 2002년 타계한 '마라톤계 큰별' 고 손기정 선생이 일제 치하 때 대중잡지인 '삼천리' 기고문과 인터뷰 등을 통해 조선인 체육선수들에게 선전을 고취하고 '조선체육' 발전을 역설했던 사실이 20일 확인됐다.
'삼천리'는 1929년 시인 김동환(金東煥)이 발간한 월간 교양지로 손 선생 글들이 실렸을 무렵에는 조선총독부에서 가혹한 검열을 거치면서 초기 민족적 주장이 거의 다 퇴색한 상태였다.
이 같은 일제 출판통제 속에서도 손 선생은 '체육진흥'이라는 우회적인 내용을 주제로 한글로 민족 단결과 자긍심을 고취하려 했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손 선생은 이 잡지 1941년 1월호에 기고한 '체육대제전 참관과 조선체육 진흥에의 전망'이라는 글에서 당시 도쿄에서 열린 체육대회를 참관한 소감을 밝혔다.
그는 대회에 참가한 선수들을 '조선 원정군'으로 표현하며 함흥지역 출신팀이 축구경기에서 연승을 거두고 조선 선수가 역도(重量擧)에서 일본 신기록을 세운 점 등을 치켜세우고 "도쿄에 있는 조선 동포의 열광적 응원이 큰 힘이 됐다 "고 말했다.
그는 이어 "조선인이 세계 대회에 출정할 수 있는 종목은 대단히 많다"며 "베를린올림픽 때도 느낀 바 4억 인구를 가진 중국이 우승하는 것을 한 번도 못봤지만 2300만 인구를 가진 조선은 운동으로도 세계에 상당한 기염을 토할 수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자긍심을 고취했다.
손 선생은 또 이 대회에서 조선 선수 육상 성적이 부진했던 점을 아쉬운 점으로 꼽고 국내에 체육대학을 세우고 일반체육 보급과 지도자 양성, '대항전' 형태로 운동선수를 단련시켜 조선 체육진흥을 도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태식 기자>
[매일경제 2004.08.22]

Posted by no1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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