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이제는 가을에도 마음 설레지 않아"
▲ 박근혜 대표가 31일 오후 신촌의 세미나 카페인 `민들레영토`에서 미니 홈페이지 100만1번째 방문자인 권순호 군을 만나 `순결`의 의미로 백합꽃을 선물받고 있다.
ⓒ2004 오마이뉴스 이종호
"왜 이렇게 시간을 안 지켜요? 오랜만에 하는 데이트에 바람맞는 게 아닌지..."
8월31일 오후 신촌의 한 세미나 카페. 일찌감치 창가에 자리잡은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는 '투정'을 부리면서도 모처럼의 기다림이 싫지 않은 표정이었다.
박 대표는 공개데이트를 약속한 100만1번째 미니홈페이지 방문객 권순호(17·대입준비생)군을 기다리고 있었다. 누군가를 기다리게 하는 데 익숙했던 박 대표로서는 한번도 만나지 못한 10대 소년을 기다리게 된 것이 생경하게 다가오는 듯 했다.
잠시 후 백합 꽃다발을 든 '꽃미남' 권군이 친구들(박설빛나, 송기)과 함께 나타나자 박 대표의 표정도 금세 밝아졌다.
박근혜 : 반갑습니다. 이번에 굉장히 좋은 성적으로 (검정고시에) 합격했다고 들었어요. 축하합니다. 이렇게 특별히 백합을 고른 이유가 있었어요?
권순호 : 고맙습니다. 그냥 순결한 마음으로... 꽃을 샀는데, 좀 시들어서 마음에 드실 지 모르겠어요.
박 대표가 데이트 코스를 잠시 화제에 올린 뒤 10대들의 장래희망을 물어보자 권순호군과 박설빛나양은 각각 연예인 매니저와 음향엔지니어가 되고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특히 송기군이 "평범한 직장인이 되고싶다"고 하자 박 대표는 "평범함 속에 행복이 많이 있는 것 같은데, 눈에 많이 띄는 자리로 갈수록 자유가 없다. 어떻게 그런 지혜로운 생각을 했냐?"고 되물어 10대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 박근혜 대표가 권순호 군과 친구인 박설빛나 양, 송기 군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04 오마이뉴스 이종호
▲ 박근혜 대표가 권순호 군, 박설빛나 양과 함께 보드게임카페로 향하고 있다.
ⓒ2004 오마이뉴스 이종호
"보석보다 소중한 게 친구들... 그렇지만 자기 운명대로 살아야"
박 대표는 이날 10대들과의 대화에서 평범하지 못했던 삶의 궤적에 대한 회한과 함께 정치지도자로서의 각오를 함께 드러내기도 했다.
"대학교 졸업하자마자 어머니가 돌아가셔서 어머니 역할을 해야했던 게 22살 때였다. 하도 바쁘게 살아서 청바지 입고 어디 다닐 시간이 없었다."
(10대들이 친구들의 근황을 묻자) "여학생들은 다 시집가고, 남학생들은 직장 다닌다. 살다보면 특별한 일도 많고, 서로 기대고 싶을 때가 많은데... 여러분들은 (우정을) 영원히 간직해라. 보석보다 소중한 게 친구들이다. 그러다 국회에 들어오니 나름대로 바쁘게 보내게 돼서 아쉬운 게 많다. 그렇지만 자기에게 주어진 운명대로 살아야 하는 것 아니냐?"
"70년대에는 테니스라켓 안 잡아본 사람 없을 만큼 인기가 많았다. 테니스 치면서 여기저기 다니고 맛있는 것 먹던 시절이 생각나는데, 그때가 좋았던 것 같다."
박 대표는 권군이 "하고싶은 게 무엇이냐?"고 묻자 "가을이 되면 어디 가고 싶었는데, 이제는 어차피 못갈 테니 마음이 설레지도 않는다"고 담담하게 대답했다.
권순호군이 "한나라당을 살리시고... 대단하다"고 박 대표를 추켜세우고, 박설빛나양이 "검정고시를 볼 때 순호가 박 대표의 이메일을 친구들에게 자랑했다"고 할 때는 박 대표가 "그러냐"며 환하게 웃기도 했다.
박 대표는 10대들과 가벼운 식사를 한 뒤 인근의 보드게임 카페로 자리를 옮겨 젠가(나무쌓기)와 클루(추리게임)를 즐겼다. 이후 권군과 함께 선유도공원을 찾은 박 대표는 한강 유람선에서 야경을 보는 것으로 이날 데이트를 마무리했다.
▲ 박근혜 대표가 권순호 군등과 보드게임카페에서 젱가게임을 하고 있다. 권군 등이 `어렵게 쌓아야 이기기 쉽다`고 하자, `짖궂은 게임`이라며 웃고 있다.
ⓒ2004 오마이뉴스 이종호
▲ 박근혜 대표가 젱가게임을 하던중 넘어트린 송기 군을 뿅망치로 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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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병관 기자
[오마이뉴스 2004.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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