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 한개 가치만도 못한 남북관계

문창극 중앙일보 논설위원
“北의 광신과 생명輕視”





문창극 중앙일보 논설위원

댐 방류, 금강산 총격은 같은 뿌리
주체사상, 공산주의에 몰입되어 인명중시 등 보편적 가치는 무시

북한의 임진강 댐 방류는 금강산 관광객 총격 사건과 본질적으로는 같은 사건이다. 남쪽에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행태들이다. 댐을 열어야 할 다급한 사태가 생겼다면 당연히 “몇 시부터 댐 문을 열 테니 하류에서 불상사가 안 나도록 대비하라”고 연락을 해줘야 한다. 그들과 우리 사이에 휴대전화 통화가 가능했다면, 전화 한 통화로 끝났을 문제다.

현재의 남북관계는 휴대전화 한 개 가치만도 못한 정도다. 금강산도 흐지부지 넘어가더니 이번 댐 방류도 며칠 떠들다 이런 식으로 넘어갈 모양이다. “북한의 생명에 대한 인식이 우리와 다른 것 같다”는 대통령의 말은 맞는 말이다. 그렇다면 한 발 더 들어가, 북한은 인명을 왜 이렇게 가볍게 생각하는지 또 그렇게 인명을 경홀히 여기는 그들과 맞대고 있는 우리는 어떻게 하여야 하는지에 대한 물음이 당연히 따라야 하지 않을까?

몇 주 전 안중근 유적지를 살피러 만주 지역을 돌다가 하얼빈 부근의 ‘731부대’라는 곳에 가 보았다. 만주를 침략한 일제가 전쟁 수행에 필요한 생체실험을 했던 곳이다. 사람이 어느 정도의 압력과 진공상태에서 머물 수 있느냐를 알아보기 위해 생사람을 실험실에 집어 넣어 모든 구멍에서 피를 쏟으며 죽는 모습을 관찰하거나, 어느 정도의 추위까지 견디나를 보기 위해 생사람을 얼려 죽이는 실험 등을 한 곳이다. 그들은 실험 대상의 중국인이나 한국인을 인간으로 보지 않고 ‘마루타(통나무)’로 취급했다. 나치 독일의 유대인 학살도 비슷한 발상에서 이루어졌다. 이들이 미치지 않았다면 어떻게 이런 잔혹한 일을 저지를 수 있었을까.

그들은 미쳐 있었다. 일제의 군국주의에, 독일 나치의 전체주의에 매몰되어 있었다. 전쟁의 승리, 국가의 영광 이외에 다른 어떤 가치도 인정하지 않는 절대적 가치 속에 살고 있었다. 이슬람 광신주의자들이 종교라는 절대적 가치 속에서 테러를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것과 비슷하다. 정치든 종교든 이렇게 ‘광신’의 울타리 속에 갇히게 되면 모든 것이 이념 혹은 종교라는 단 한 가지의 절대가치에 종속된다. 이런 분위기가 사회 전체를 지배하고 있으면 그것이 전체주의 독재가 되는 것이다. 이는 정치 권력만 독점하는 일반 독재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것이다.

북한이 인명을 가볍게 생각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서 비롯된 것이다. 그들은 주체라는 절대적 가치 외에 다른 일체의 가치를 배격한다. 그 주체사상을 위해서는 자기 국민 수백만이 죽을 수도 있고, 상대방의 수백만을 죽일 수도 있는 것이다. 북한 핵을 놓고 어떤 사람들은 ‘방어용’일 것이라고도 하고 ‘같은 민족에게 그걸 쓰겠느냐’고도 한다. 나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그들이 절대가치에 광신적으로 몰입되어 있는 한 언제든지 핵을 쓸 가능성은 있다. 그래서 무서운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이런 말을 하면 냉전적 사고라고 비난을 한다. 그러나 이는 냉전 차원의 얘기가 아니라 인간과 사회의 본질에 관한 이야기다.

우리 통일 정책의 핵심은 경제 협력이다. 북한을 경제적으로 도와주어 어느 정도 살게 만들어 주면 함께 공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가정이다. 정말 그럴 수 있을까? 나치가, 일제가 못살아서 그런 패륜과 그런 엄청난 전쟁을 일으켰는가? 북한을 어느 정도 잘살게 만들어 준다 해도 그들이 절대주의 속에 그대로 있는 한 위험은 마찬가지다. 물론 경제적 번영이 사고의 개방을 가져올 수도 있다. 그러나 경제가 나아지고 군사력이 신장되었는데 사고는 절대주의에 갇혀 있다면 그건 더 큰 위험이다.

레이건 대통령은 공산주의 절대성의 위험을 알고 있었다. 참모들은 고르바초프와의 정상회담에서 미·소 간 핵무기 상호 감축을 가장 우선적인 문제로 생각하고 매달렸지만, 레이건의 관심은 종교의 자유였다. 절대가치인 공산주의를 상대적인 가치로 만들기 위해서는 종교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그는 소련에 동방정교, 가톨릭, 개신교, 이슬람 등의 교회와 사원을 자유롭게 짓는 것이 군축보다 더 긴요하다고 생각했다(월스트리트 저널 2009년 3월 7일).

동포애 혹은 인류애라는 입장에서는 북한을 도와야 한다. 그러나 그와 더불어 이 세상은 공산주의나 주체사상만이 절대가치가 아니라 다른 사상과 주의도 공존하고 있다는 점을 알게 해 주어야 한다. 이런 상대적 가치에 대한 판단력을 가질 수 있다면 그때는 광신상태로 빠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북한에서도 중국처럼 비록 제한적이나마 종교의 자유가 허용되는 것이 중요하다. 다양한 정신을 수용할 수 있는 사회적 바탕 없이 성장하는 물질경제는 언제나 무서운 공룡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http://news.joins.com/article/617/3775617.html?ctg=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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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인코리아 http://www.allinkorea.net/2009.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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