씹던 껌을 버리듯 柳장관을 버린 대통령

이용가치가 없다고 판단되거나
부담이 된다고 생각하면 씹던 껌을 버리듯이 하는 대통령,
그가 퇴임하면 국민들로부터 같은 대접을 받을 것이다.




<김대중-노무현-이명박 정권 시대에 유명환 장관은 대표적인 보수주의 외교관리다. 그는 한·미 동맹을 중시하며 한국이 국제사회와 보조를 맞추면서 북한을 원칙적으로 대해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 그는 대표적인 미국통이다. 본부에서는 북미과장·국장, 워싱턴 대사관에서는 참사관·공사를 거쳤다. 이명박 대통령은 집권하면서 한·미 동맹의 재건과 원칙적인 대북정책을 내걸었다. 그런 대통령이 유명환을 외교장관으로 발탁한 것은 자연스러운 선택이었다. 광우병 촛불사태 이후 정권이 이념적으로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도 유 장관은 중심을 잡으려고 애썼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야당과 급진 진보세력의 종북(從北)·맹북(盲北)주의에 비판적이었다. 그는 최근엔 “친북 젊은이들은 북한에 가서 살라”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미국의 클린턴 국무, 게이츠 국방장관이 한국에 왔을 때 유 장관과 김태영 국방장관이 판문점에서 ‘한·미 2+2’를 보여주었다. 이 장면은 한·미 동맹의 힘과 가치를 상징하고 있다.>

중앙일보 김진 논설위원이 오늘자 칼럼에서 묘사한 柳明桓 장관의 행적이다. 그런 柳 장관이 딸의 특채 문제로 사임하였다. 자진 사퇴가 아니라 李 대통령이 사임시킨 것이다. 사퇴시키는 모습이 너무 비인간적이다. 회사에서 실수한 경비원을 자를 때도 이렇게는 하지 않을 것이다. 대통령의 측근들이 기자들에게 "장관이 눈치 없이 사표를 내지 않는다"고 말하여 분위기를 조성하였다. 행전안전부의 감사 결과 발표가 있은 뒤에 장관을 물러나게 하는 게 순서이다. 그래야 문제가 된 것이 어느 정도의 잘못인지 국민들이 알 수 있다. 오보, 날조, 왜곡을 예사로 하는 한국의 언론 보도는 믿을 수 없다.

문제가 법규 위반인지, 도덕성 위반인지, 관례 위반인지도 알아야 한다. 법규 위반이 가장 큰 잘못이다. 도덕성과 관례 위반일 경우엔 장관이 사과를 하고 시정조치를 하는 것으로 용서를 받을 수도 있다. 외교부 장관은 대외적으로 한국의 이익을 대표한다. 외교부 장관의 권위를 세워주어야 하는 것은 개인을 위해서가 아니라 한국을 위해서이다.

미국 클린턴 국무장관이 자신의 대화 상대가 이렇게 비인간적으로 갑자기 몰려나가는 것을 보면 한국과 李明博 대통령이 존경스러워질까?

柳明桓 장관을 황급하기 몰아낸 것은 대통령을 보호하기 위한 측근들의 과잉충성인 듯한데, 그래놓으면 외교부가 이 중대시기에 한 달 이상 장관 不在 상태로 가야 한다는 사실은 眼中(안중)에도 없었던가?

김연아-아서 코치의 예를 보듯이 한국인은 이별의 美學이 약하다. 同苦同樂(동고동락)하던 사이라면 좀더 예의를 갖추고 헤어져야 한다. 李 대통령이 柳 장관을 버리는 모습을 보면 꼭 씹던 검을 뱉어버리는 듯하다. 단맛이 끝났으니 이렇게 해도 된다는 건가?

李明博 대통령은 韓美동맹 관계를 복원하고 韓日우호 관계를 정상화시킨 功(공)이 크다. 이 功은 柳明桓 장관과 나눠가져야 한다. 더구나 그는 G 20 정상회의를 준비하는 주무 장관이다. 李 대통령이 나서서 "그런 잘못이 있지만 이런 공이 있는 분이고 이런 일을 해야 할 사람이다. 지금 반성하고 있으므로 엄중 질책 후 계속 근무하도록 하였다"고 하면 상식 있는 국민들이 어떻게 반응하였을까?

李 대통령이 자신의 최신 구호인 공정사회를 선전하기 위하여, 또 柳明桓 장관을 유달리 미워하는 從北(종북)세력을 만족시키기 위하여 柳 장관을 제물로 바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李 대통령이 언론 및 여론과 맞서지 않으면 그의 퇴각은 퇴임 때까지 계속될 것이며 희생자가 속출할 것이다. 이런 식으로 측근인사들을 버리기 시작하면 결국은 대통령 본인이 한데에 나 앉게 된다.

李 대통령은 柳 장관의 딸 특채 건과 같은 정실인사를 한 적이 없는가? 있다면 국민들은 지금부터 "장관도 그만두었는데 대통령도 예외가 될 수 있나"라고 말할 것이다.

李 대통령은 작년에 유럽 순방중 인터뷰를 통하여 좌파정권 때 북한으로 보낸 금품이 核개발 지원에 사용되었다는 의심이 있다는 폭탄발언을 하였다. 대통령은 그러나 前 정권의 利敵(이적)혐의를 발설하고도 수사를 지시하지 않았다. 정권차원의 利敵혐의를 덮은 것이다. 이 행위는 유명환 장관의 딸 특채건보다 1만 배 이상 큰 잘못이다. 애국단체가 들고 일어나 "敵의 原爆(원폭) 개발을 도운 자들을 감싸는 李 대통령은 물러나라"고 하면 李 대통령은 柳 장관처럼 나흘 만에 그만둘 각오가 되어 있는가?

이용가치가 없다고 판단되거나 부담이 된다고 생각하면 씹던 껌을 버리듯이 하는 대통령, 그가 퇴임하여 이용가치가 없어지면 국민들로부터 같은 대접을 받을 것이다.

평생 외교를 직업으로 삼고 나름대로 國益 구현을 위하여 일해온 사람을 언론과 대통령과 청와대 사람들이 작당하듯이 손발을 맞추어, 차분한 진상규명을 거치지 않고 뭇매를 때려 내어쫓는 것을 본 공무원들이 대통령에게 충성을 다짐할까, 사보타지를 준비할까?

재판 때 현명한 판사는 重刑을 선고하기 전에 피고인에게 충분한 최후 진술의 시간을 준다고 한다. 그래야 자신이 받는 처벌을 납득하고 판사에게 원한을 갖지 않는다고 한다. 당하는 사람이 섭섭한 마음을 갖지 않도록 납득시키려는 노력은 우리가 인간이기에 필요한 것이다. 공직자의 명예심과 인간의 자존심을 고려한 인사조치가 아쉽다.

작금의 정치, 言論풍토를 보면 왜 한국에서 人材가 길러지지 않는가를 알 수 있다. 대통령이 요사이 공정, 공정하는데 공정은 균형감각에서 생긴다. 柳 장관의 功과 過를 균형 있게 고려하는 게 공정한 자세이다.


趙甲濟


[조갑제닷컴 www.chogabje.com 2010.9.6]


Posted by no1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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