世界化 향해 새 運河길 만들어야

제1차 미래한국포럼 ‘이명박 정부의 비전’

◇제1차 미래한국포럼이 지난 9일 서울 청담동 프리마호텔에서 ‘이명박 정부의 비전’을 주제로 개최됐다

지난 9일 서울 프리마호텔에서 ‘이명박 정부의 비전’을 주제로 제1차 미래한국포럼(공동대표 강훈, 문용린, 정지태)이 개최되었다. 이명박 대통령당선자의 ‘브레인’으로 알려진 유우익 교수(서울대)는 이날 포럼에서 새 정부의 ‘창조적 실용주의’ 노선과 ‘한반도 항구만들기’ 프로젝트에 대해 강연했다.

이 자리에는 이현재 중소기업청장, 김상철 미래한국신문 회장, 송대성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송종환 명지대 초빙교수, 서정갑 국민행동본부 대표, 이영해 전국포럼연합 상임대표, 현소환 전 연합뉴스 사장 등 학자, 기업가, 보수단체 대표 200여 명 참석했다.
미래한국포럼은 매달 둘째 수요일에 개최되며 차기 포럼은 2월 13일 유종하 전 장관을 초청하여 열릴 예정이다.

유우익 柳佑益·서울대 지리학과 교수·국제정책연구원(GSI) 원장

유우익교수는 우리 나라 지리학계 수장으로 서구학자를 제외하고 최초로 세계지리학연합회(IGU) 사무총장을 맡았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싱크탱크로서 ‘한반도 대운하’ 프로젝트, ‘한반도 선벨트 개발’ 등의 주요공약을 기초했으며 후보 수락 연설, 대통령 당선자 신년사 등 주요 연설문의 초안을 작성한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새해가 되니까 언제나 그렇듯이 사람들의 얼굴에 희망이 있고 생기가 넘치는 걸 보게 된다. 금년에는 특별히 더 그런 느낌을 많이 받는다. 다시 한 번 희망을 갖고, 다시 한번 도약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기대가 아니겠나 생각한다.

그러한 기대가 새로 출범하는 이명박정부에는 부담일 것이다. 선거 캠페인을 통해 “경제를 살리겠다”, “국민을 통합하겠다”, 이런 이야기를 해서 자신감을 많이 보이고 국민에게 희망을 주었지만 막상 정부를 구성하고 그러한 폭발적인 기대에 직면하게 되면 정부로서는 부담감을 느낄 것이다. 그런 부담에 대해서 겸허하게 대하고 조금이라도 충족시키겠다는 의지를 갖는다면, 새 정부가 국민의 기대에 전체적으로 완전히 미치지는 못할지언정 성공하지 않겠는가 생각하고,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이 정부가 부디 성공해서 국민의 기대와 열망이 다시 대한민국 도약을 위해 역동적으로 작동하기를 기대한다.

이 시대의 화두는 ‘변화’
국가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국민이 미래를 보고 나가기 위해서는 꿈이 있어야 한다. 우리는 그동안 꿈을 잃고 살아오지 않았나. 그것을 10년이라고도 하고 5년이라고도 한다. 이제 그 꿈을 살리고 희망을 가질 필요가 있다. 그것을 정부 입장에서는 ‘비전’이라고 말할 수 있다. 실현가능한 꿈 그리고 국민의 의지와 에너지를 펼치게 할 수 있는 목표, 이것을 비전이라고 한다면, 비전을 설정하고 추구해가는 것은 크게 세 가지의 차원에서 고려해야 한다.

꿈이 비전이 되기 위해서는 첫째, 그 시대의 흐름을 정확히 포착하고 때로는 그 흐름을 이끌어가는 역량을 가져야 한다.

시대를 읽지 못하는 것은 그것이 모든 잘못된 정책의 근원이다. 지금 이 시기를 여러 가지 용어로 규정하지만, 이 시대의 가장 정확한 또는 적절한 화두는 ‘변화’라고 생각한다.

문명사적으로 대변혁기를 거치고 있고, 한국사로 봐도 미증유의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큰 변화를 거치고 있다. 이 변화를 보지 않는다면 또는 이 변화에 함께 하지 못하면 낙오하는 것이다.

나라도 마찬가지다. 세상이 변해가는 것을 보지 않고, 남들이 우리를 추월하는 것을 보지 못하고 열심히 한다고 해서 나라가 발전하지 않는다. 우리는 지난 몇 년 동안 그런 변화를 보지 않고 과거만 보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국민들에게 ‘불안감’ 퍼져 있어
둘째, 세상이 변화하고 있지만 그것을 붙들어두는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그것은 국가의 지정학적 속성이다.

우리 나라가 유라시아 대륙의 동단에 위치하고 태평양에 면한 반도이고 분단되어 있다는 사실 그리고 4강에 둘러싸여서 힘의 균형이 깨질 때마다 고초를 겪는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이것을 잊어버리고는 다른 어떤 정책도 유효하지 않다. 거기다 북한은 핵까지 가지고 있다.

셋째,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커다란 가치의 혼란이다.
우리 사회는 과거에서 현재까지 짧은 기간에 아주 빠른 발전을 거치면서 많은 것이 변했다. 당대에 지게를 지던 사람들이 자동차를 타게 되었다. 일본어를 학교에서 배웠던 세대가 영어를 배우고 다시 일본어를 해야 하는 상황으로 오는 동안, 우리 사회는 무엇이 옳은 것인지에 대해 많은 혼란을 겪고 있다. 한때는 권력에 대항하는 것이 정의고, 또 어떤 때는 권력에 대항하는 것이 불의이기도 하다. 어떤 때는 외국과 협력하는 것이 온당한 방법이고, 어떤 때는 외국과 협력하는 것이 매판으로 몰리기도 한다.

기준이 흔들리고 가치가 혼란을 겪게 되면 남는 것은 한 가지, 확실히 측정할 수 있는 잣대가 남는다. 그것은 화폐가치다. 이렇게 되면 사회가 다양화하지 못하고, 격차는 굳어지게 되고, 사회는 단조로워지고, 심하면 천민자본주의가 되어 사람들의 행위가 저질스러워지고 천박해지는 현상이 나타난다. 지리학자로서 거리를 다니면서, 농촌을 둘러보면서, 천박해진 경관에 늘 놀라고 죄스럽다. 모든 아름다운 곳, 모든 의미 있는 곳은 ‘먹자판’이 돼 있다. 거리에는 술집이 넘쳐나고, 이렇게 되면 정상 문화가 내몰리면서 천박한 문화가 들어온다. 이것은 가치혼란의 결과라고 생각된다.

역사적 격변, 지정학적 속성, 가치의 혼란, 이런 것들이 국민들에게 주는 느낌은 ‘불안’이다. 어떻게 해야 하느냐, 우리가 제대로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인가 하는 불안감이 우리사회에 널리 퍼져 있다. 가변성에 대한 불안감이 우리 사회를 덮고 있다. 이러한 불안감을 안정시키고 사람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는 것, 이것이 정치의 목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우리 정치가 과연 그러한 일을 해왔는가, 아니면 그런 불안감을 증폭시키는 역할을 해왔는가. 어떻게 국민들을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으로부터 안전하게 미래로 가는 길을 알려줄 것인가, 이것이 정치 지도자의 역할이다.

정치의 본 목적은 국민을 편안하게 하는 것
이명박 당선자가 표면적으로는 경제를 살리겠다, 국민을 통합하겠다, 이야기했지만 이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다만 1차적으로 대부분의 국민이 경제에 힘들어하고 국론의 분열과 사회적 갈등을 우려하기 때문에 그렇게 표현한 것일 뿐, 정치의 본래 목적은 국민을 편안하게 하는 데 있다. 이 당선자는 “국민을 섬기겠다”는 표현을 썼다.

역사적으로 돌아보니 그런 정치가 행해진 적이 있다. 명시적으로 나타낸 분이 세종대왕이다. 세종대왕은 국민을 편안하게 하는 것이 정치의 근본이라고 말씀했고 세종실록 곳곳에 나타나 있다. 정치를 위한 정치, 권력의 정치가 아니라 국민이 편안하게 살도록 하는 정치, 살맛이 나도록 하는 정치, 한마디로 국민을 안심으로 이끄는 정치가 되어야 한다. 그것을 해내겠다고 ‘정권교체’라는 구호를 내걸었고, 성공했다. 앞으로 이런 정치를 해야 할 것이다.

새 정부의 국정운영 철학은 ‘창조적 실용주의’
지금과 같이 문명사가 격변기에 들어가고 사회가 혼란을 거듭하고 산업화가 완성되기도 전에 후기산업사회로 진입해야 하는, 그래서 앞에 오는 사회가 어떤 사회인지 잘 보이지 않을 때, 이럴 때 유효한 철학적 방법이 있다. 그것을 서양철학을 빌리면 ‘실용주의’라고 하고, 우리 철학사에서는 ‘실학’이라고 했다. 편하게 쓰는 말로 ‘실사구시’다.

많은 원리와 원칙들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어제까지 유효했던 원리들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어떻게 해야 하느냐, 어디로 가야 하느냐가 흔들릴 때는 무엇이 유효한가, 무엇이 실질이냐를 보고 나아가는 것이 옳다. 이것을 실용주의라고 한다. 19세기 서양철학이 추상적인 관념론에 빠져 있을 때, 관념론이 사회 개선에 크게 진척을 보이지 못한다는 것을 반성하고 나온것이 실용주의다. 그리고 조선조의 성리학기 관념론으로 빠져갈 때 실사구시를 내세운 것이 실학이다.

이러한 실용주의 철학을 현대적인 버전으로 업그레이드 시켜서 ‘창조적 실용주의’라고 불렀다. ‘창조적 실용주의’는 이명박정권의 정치철학 또는 국정운영의 철학을 표방한다.

실용주의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목표가 있어야 한다. 세종대왕이 내세웠던 실용주의는 국민을 편안하게 하는 것이었고, 미국을 오늘의 강대국으로 만들어낸 실용주의의 배경에는 청교도 정신, 개척정신이 있었다. 그러면 우리가 하는 실용주의적 정치 목적은 무엇인가. 국가의 발전단계 측면에서 본다면 ‘선진화’라고 할 수 있다.

실용주의 정치를 통해 가려고 하는 목표는 ‘선진화’다. 선진화는 세계일류국가로 가는 것이다. 국민은 잘 살고, 사회는 서로 배려하는 따뜻한 사회가 되고, 나라는 강해지는 것이다. 이것을 어떻게 이룩하는가. 일차적으로 경제를 성장시키고 국민화합을 이루는 것이다. 이것이 이명박정부가 구상하는 틀이다.

세계와 직접 교류할 수 있는 나라 만들어야
잘 사는 국민, 따뜻한 사회, 강한 나라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는 새 정부가 구체적으로 내세우고 나갈 것이다. 다만 이러한 기본적인 국정철학 속에는 ‘실용’이라는 것이 있고, ‘실용’이 현실적으로 가장 유용한 방법이라는 것을 말씀드리고, 지리학자로서 무엇이 선진화인지 말하자면, 우리 국토 전체를 항구처럼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한반도 항구 만들기’ 라고 표현해도 좋을 것이다.

세계화가 급속히 진전되고 있다. 이것은 거역할 수 없는 큰 흐름이고 이 흐름을 타지 못하면 낙오한다. 이 흐름이 반드시 좋으냐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저항할 방법이 없다. 다만 우리가 이 흐름을 어떻게 잘 타고, 경우에 따라서 우리 나라에 유리한 흐름으로 바꾸어 내느냐, 여기에 우리의 길이 있다.

세계화를 우리에게 유리한 흐름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지리학적으로는 국토를 항구처럼 만들어야 한다. 국토의 모든 곳에서 세계와 소통하고 세계와 직접 교류하고 협력할 수 있는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
우리가 근대화에 뒤처진 것은 나라를 닫아서였다. 우리가 산업화에 성공한 건 나라를 열어서였다. 이제는 나라를 여는 것을 넘어서서 우리 나라의 모든 국토에서 세계와 직접 교류하고 세계를 받아들이고 세계로 나갈 수 있는 구도를 만들어야 한다.

‘대운하’는 ‘한반도 항구만들기’의 한 부분
그런 관점에서 한반도 항구 만들기의 한 파트가 한반도 대운하라고 생각했다.
‘대운하’ 또는 ‘한반도 물길 잇기’는 단지 강에 배가 가게 하는 것이 아니다. 토목공사만 하는 것이 아니다. 국토 전체를 세계로 끌어내고 세계가 국토 구석구석으로 들어오게 된다. 세계가 광주로 직접 들어오게 된다. 대구에서 직접 세계로 나가게 된다. 그래야 세계화가 되는 것이다. 그 외에는 세계최강국에 둘러싸여 있고, 분단되어 다른 한쪽이 핵무기를 갖고 있는 상황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이 없다.

한반도 전체가 세계를 향해서 열고 세계의 문물을 받아들인다면, 그 문물이 우리 나라에 들어와서 합쳐지고 용융되는 과정에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물질적인 것일 수도 있고 정신적인 것일 수도 있다. 이 새로운 가치가 세계를 향해서 다시 발신하는 나라, 그 나라가 선진화된 나라다. 세계의 문화와 물자가 들어와서, 여기서 다시 만들어져서, 새로운 가치로 다시 나갈수 있을 때, 우리 국민은 잘 살게 될 것이다. 우리 국민은 세계를 끌어갈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세계가 우리 나라를 존중하는 날이 올 것이다.

우리가 지향하는 선진화는 이제 단순히 문을 닫아놓고 우리끼리 소득을 올려서 잘 사는 그런 뜻이 아니다. 세계를 끌어들여서 세계로 나가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고, 그것을 세계로 내보내는 선진화다. 이 길은 단지 선진국이 간 길을 따라가는 길이 아닌, 우리가 새로 만들어내야 하는 길이다. 지금부터는 우리가 새로운 길을 만들어내지 않고는 못가는 길이다. 그 길을 이명박정부가 가야 한다.

그 길이 쉽지 않지만, 기대를 거는 것은 이명박 대통령 개인이 아주 가난한 소년에서 CEO를 거쳐서 시장을 거쳐서 대통령이 되기까지, 또 국내에서 중동으로 러시아로 미국으로 다니면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냈던 사람이다. 정치인들은 여의도에서 정신없이 싸우고 있는데, 보릿고개를 못 넘기던 국민이 외국으로 나가서 사업을 하고 성공시키는 국민, 그러한 국민들이 이제 새로운 비전을 가지고 노력한다면 반드시 제2의 도약이 이루어진다.

이 폭발적인 기대와 기대에 보답하기 위해 무거운 짐을 진 정부가 하나 되는 일만 남았다. 그 도약을 위해서 새해 정권교체기에 벌어지는 국민들의 생동감, 이것을 잘 증폭시켜낸다면 새로운 길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大운하 건설은 국민합의 거친 후 시작될 것”

강연 후 질의응답 시간에는 한반도 대운하에 대한 참석자들의 질의가 이어졌다.
한반도 대운하 정책의 이론적 토대를 만드는 데 핵심적으로 관여한 유 교수는 “운하를 놓고 정권 다툼을 하다 보니 정치적 공방으로 본질적인 논의를 못 거쳤다”며 “한강하구에서 부산포구까지 540km다. 그 중 500km가 자연하천이고 공사는 나머지 40km에 대해서 인공수로를 만드는 것이다. 그게 이른바 환경파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그는 “2015년에는 물동량이 지금의 2배로 늘어난다. 경부고속도로와 경부철도에 지금 물동량의 2배를 넣을 수 없다. 새로운 교통로가 열려야 된다”면서 수로는 기름소비량의 1/3, 배기가스 배출량에 있어서 1/5수준으로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운하공사 시기에 대해서 “논의되는 동안에도 실무자들은 계속 준비해야 하는 것”이라고 전제한 뒤 “사회적으로 계속 논의해서 더 좋은 안이 나오고 잘못이 발견되면 고치고 보완하면서 국민적 합의가 이뤄진 후 시작하는 것이지 새 정부가 그냥 시작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글/김정은 기자hyciel@ 사진/황성일 기자hsi770@

김정은 기자

[미래한국 http://www.futurekorea.co.kr/2008.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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