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이끝난 지 1개월에 이르면서 한국의 권력지도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을 중심으로 확연히 재편되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출범은 아직 1개월 남짓 남았지만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 비서실 등 ‘예비 정부’를 중심으로 드러난 ‘이명박 정권’의 핵심 그룹은 노무현 대통령의 5년 전 당선인 시절과 확연히 다른 특징을 보여 준다. 노 대통령 시절 전면에 부상했던 386세대와 운동권 출신, 좌파성향 단체나 진보 성향의 비주류 학자들이 썰물처럼 빠져 나간 자리를 경륜·관록을 갖춘 ‘노장’들, 주류 학문 분야에서 활동해 온 학자군, 전문가 출신 그룹이 메우고 있다. 》
386세대→노장측근, 사공일 747등 주요정책 조언, 윤진식 靑-내각진출 가능성, 이상득 최시중 영향력 여전
○ 노장들의 화려한 복귀
노 대통령의 당선인 시절 주요 정책라인은 소장파 학자나 관료들이 핵심을 차지했던 반면, 이 당선인의 정책라인은 풍부한 경험과 관록을 갖춘 베테랑이 대거 포진했다. 전두환 정부에서 재무부 장관을 지낸 사공일 인수위 국가경쟁력강화특별위원장은 당선인의 핵심 경제정책인 ‘747 비전’ 이행을 위한 그림을 짜면서 당선인에게 무게 있는 정책 조언을 하고 있다.
현 정부에서 산업자원부 장관을 지낸 윤진식 국가경쟁력강화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은 초대 대통령비서실장으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신설되는 지식경제부 장관 가능성도 점쳐진다. 강만수 경제1분과 간사위원은 당선인의 경제 철학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경제 참모로 새 정부 경제정책의 큰 틀을 짜는 역할을 하고 있다. 김영삼 정부에서 재정경제원 차관을 지낸 그는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 당선인의 친형인 이상득 국회부의장은 격의 없는 ‘멘터’(mentor·후견인) 역할을 하고 있고, 일본 특사로 파견되기도 했다. ‘이명박의 그림자’로 통하는 최시중 인수위 취임준비위원회 자문위원도 여전히 당선인과 돈독한 채널을 유지하고 있다. 경선 과정에서 당선인의 후원회장을 맡았던 송정호 전 법무부 장관과 함께 새 국가정보원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외무부 장관을 지낸 유종하 인수위 자문위원과 농림부 장관, 전북지사 등을 지낸 강현욱 새만금 태스크포스(TF) 팀장, 서울시 부시장을 지낸 장석효 한반도 대운하 TF 팀장의 약진도 두드러진다.
주류학자→주류학자, 이경숙 인수위 꼼꼼하게 챙겨, 유우익 대운하 등 중책 맡을 듯, 곽승준 박재완 조직개편 주도
○ 학계 주류의 대거 진입
노무현 정부에서는 진보 성향을 띠고 학계에서는 비주류로 분류됐던 학자군이 각 분야의 핵심 정책참모 역할을 수행했으나 이명박 당선인 주변에는 주류 엘리트로 분류되는 학자그룹이 대거 진입했다.
14년째 숙명여대 총장을 맡고 있는이경숙 인수위원장은 이 당선인의 ‘얼굴 마담’에 그칠 것이라던 일각의 관측과 달리 ‘성공한 대학 최고경영자(CEO)’로서의 업무 장악력을 인정받고 있으며 여전히 새 정부 총리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세계지리학연합회(IGU) 사무총장인 유우익 서울대 지리학과 교수는 공식 직함은 없지만 수시로 이 당선인과 의견을 나누고 있다. 대통령 취임사 작성도 그의 몫이 될 듯하다. “학교로 가겠다”는 의지와 달리 새 정부에서 어떤 식으로든 중책을 맡게 될 가능성이 높다.
환경경제학에 밝은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인 곽승준 기획조정분과 인수위원은 당선인의 핵심 정책 참모답게 정부조직 개편을 비롯한 굵직한 정책 프로젝트에 깊이 간여하고 있다. 초대 대통령 경제수석비서관 물망에도 올라 있다. 현역 의원이지만 등원 전까지 성균관대 행정학과 교수로 재직해 학자 풍모가 강한 박재완 정부혁신·규제개혁 태스크포스 팀장은 정부조직 개편을 주도하며 화려하게 부상하고 있다. 특유의 조용하고 치밀한 업무 수행력을 보여줘 현역 의원 중에서 몇 안 되는 입각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현인택(고려대) 남주홍(경기대) 홍두승 이달곤 이창용(이상 서울대) 백용호(이화여대) 허증수(경북대) 인수위원 등은 선거 과정에서 당선인에게 정책 조언을 해왔고 인수위에서도 각 분야 정책 마련을 주도하고 있는 주류 교수 그룹이다. 김우상(연세대) 남성욱(고려대) 민동필(서울대) 자문위원 등 학계 중진들도 인수위에서 활약하고 있다.
운동권출신→전문가그룹 박영준 인수위 구성 실무작업, 권종락 박대원 외교보좌 역할, 언론출신 대거 핵심라인 참여
○ 주목받는 전문가 그룹
이 당선인의 비서실과 공보라인에는 전문경력을 가진 40, 50대 그룹이 많다. 노 대통령 곁에 포진했던 이광재 서갑원 의원, 안희정 씨, 이호철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 등 운동권 출신의 386그룹과 대비된다. 언론인 출신으로는 김인규, 이동관, 신재민, 강승규 씨 등이 핵심이다.
김인규 공보팀장은 KBS 이사 출신으로 선거 과정에서 방송전략실장을 맡아 방송토론 및 방송사 편파보도 대응을 총괄 지휘했다. 앞으로 방송 관련 현안을 조율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동관 대변인은 각종 국정 현안이 얽혀 있는 인수위에서 교통정리를 무난히 해내고 있다는 평을 받는다. 신재민 정무기획1팀장은 선거 과정에서 메시지팀을 이끈 데 이어 비서실에서 정국대처 및 향후 국정운영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있다. 강승규 부대변인은 2001년 서울시장 선거 때 캠프에 합류해 서울시 공보관과 홍보기획관을 거쳤다.
정당에서 오래 근무한 박영준 총괄팀장과 권택기 정무기획2팀장은 선거기획에서 큰 힘을 발휘했고 지금도 정무 분야를 조정한다. 박 팀장은 이상득 국회부의장의 보좌관 출신으로 이 당선인이 서울시장일 때부터 그의 곁을 지켰고 인수위 구성도 담당했다. 권 팀장은 한나라당 미래연대 사무처장 출신으로 경선 과정부터 캠프 여론조사 관리와 당선인의 스케줄을 총괄해 왔다. 조해진, 송태영 비서실 부대변인은 10년 넘게 당에서 공보업무를 담당하며 언론인과의 거리를 좁히는 역할을 하고 있다.
나이는 젊지만 이 당선인의 16대 의원 시절 합류해 모든 스케줄을 담당하는 김희중 비서관은 광고회사 출신이고, 이 당선인이 자는 시간 외에 늘 함께 있는 임재현 수행비서는 미국 보스턴대 경영학석사(MBA) 출신으로 김우중 회장의 수행비서를 지냈다. 권종락 의전팀장과 박대원 당선인 외교보좌역은 각각 주아일랜드 대사, 주알제리 대사를 지낸 정통 외교관 출신이고, 인수위 사회교육문화분과위 유인촌 자문위원은 서울문화재단 대표이사를 지낸 대표적 문화계 인사다. 추부길 비서실 정책팀장은 안양대 겸임교수를 지냈고 경선 때 캠프 대운하추진본부 부본부장을 맡았다.
선대위측근의원들 건재, 이방호 총선 공천작업 주도, 정두언 총리-내각 인선 맡아, 박형준 ‘인수위 리베로’ 활약
○ 의원그룹은 예나 지금이나 선대위 간부 출신
인수위와 한나라당에서 중추 역할을 하는 ‘실세 의원’들은 노 대통령의 5년 전과 마찬가지로 경선 또는 대선 당시 선거대책위원회 핵심 간부들이었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지난해 말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에게서 ‘오만의 극치’라는 직격탄을 맞고 잠행했던 이재오 의원은 인수위 국가경쟁력강화특별위원회 한반도대운하 태스크포스(TF) 상임고문을 맡으면서 사실상 부활했다.
‘이명박의 복심(腹心)’으로 통하는 정두언 의원은 당선인 보좌역을 맡으며 총리 및 내각 인선을 주도하는 명실상부한 실세. 공직사회의 눈과 귀는 온통 그의 입에 쏠려 있다. 기획조정분과 인수위원으로 사회학 교수 출신인 박형준 의원은 선거 과정에선 대변인으로, 이제는 핵심 참모로 국정 운영의 밑그림을 그리며 인수위의 ‘리베로’로 인정받고 있다. 임태희 비서실장은 후보 시절부터 특유의 무거운 입과 실무 능력으로 ‘MB맨’으로 자리를 잡았다.
주호영 당선인 대변인은 인수위와 서울 종로구 통의동 집무실 간 유기적 관계 설정 및 이 당선인의 의중을 적절하게 전파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방호 한나라당 사무총장은 4월 총선의 공천 작업을 주도하면서 이 당선인과 수시로 현안을 상의하고 있다. 김형오 인수위 부위원장은 선거 때 일류국가비전위원장을 맡으며 각종 공약 생산을 주도한 데 이어 최근 정부조직 개편에서 각 부처의 조직적 저항을 돌파하는 정치력을 발휘했다.
이주호 사회교육문화분과 간사위원은 대선 때부터 현재까지 새 정부의 교육정책 수립을 총괄 지휘하고 있다. 인수위의 맹형규(기획조정) 박진(외교안보통일) 진수희(정무) 분과 간사들은 인수위 내에서 정책조정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동아일보 기자 이성헌: ddr@donga.com 동정민: ditto@donga.com 박성원: sw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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