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부정부패 명단' 국가기관이 보냈다
정부합동 사이버戰 모의훈련용으로 발송
한 시민단체 명의를 도용한 '부정부패 공직자 명단'이란 제목의 e-메일이 무작위로 발송된 것은 정부 합동 사이버전(戰) 모의훈련 과정에서 빚어진 헤프닝으로 드러났다.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사이버안전센터는 28일 최근 국가기관 통신망을 해킹하는 사례가 빈번해 을지연습 기간(8.23~28) 국방부, 정보통신부 등과 합동으로 벌인 사이버전 모의훈련을 극대화하기 위해 참여연대 명의로 '부정부패 공직자 명단 통보'라는 e-메일을 국가.공공기관에 발송했다고 밝혔다.

사이버안전센터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비록 훈련용으로 위장 전자우편을 발송한 것이었으나 사전 동의없이 참여연대 명의를 임의로 사용한 데 대해 심심한 유감을 표명한다"고 사과했다.

사이버안전센터는 최근 외국으로부터 국내 인사나 단체이름으로 무분별하게 발송된 전자우편을 열람해 국가 주요기관의 인터넷 홈페이지가 변조되거나 이를 통한 개인PC 정보자료가 유출되고 있는 점을 중시해 참여연대 명의의 가짜 e-메일을 보내 공무원들의 '보안의식'을 점검하려 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훈련결과, 지난해 을지연습 기간에는 발신인이 불분명한 전자우편을 열람한 비율이 31%였으나 올해는 8%로 뚝 떨어진 것으로 드러나 가짜 e-메일의 '약발' 이 주효하지 않았음을 보여줬다고 사이버안전센터는 밝혔다.

앞서 지난 24일 참여연대(홍보실) 이름으로 발송된 e-메일에는 "참여연대는 수년간 수집한 자료를 근거로, 부패 공무원들의 추적을 통해 부정부패 공직자 명단을 작성했습니다. 민감한 사항이니만큼 홈페이지 및 언론공개에 앞서 관련 공무원들에게 소명 기회를 주고자 합니다...별 이의가 없는 한 8월 28일부로 언론공개 및 참여 연대 홈페이지에 등재할 예정"이라는 내용과 함께 첨부파일이 담겨있었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측은 "명의 도용 혹은 사칭은 범죄행위이자 참여연대의 명예와 신뢰를 떨어뜨리는 행위라는 점에서 경찰청에 관련 사건의 수사를 의뢰할 예정이다"며 강력 대응의사를 드러냈다.

유명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카페에는 '참여연대의 여론조작을 고발한다'는 비난성이 글들이 속속 올라오기도 했다.

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국가기관이 공무원의 보안의식을 측정하기 위해 특정시민단체의 이름을 도용해 거짓 e-메일을 발송한 것이나 공무원들이 제 발이 저려 열어볼 것으로 미리 짐작하고 '부정부패 공직자 명단'이란 충격요법을 쓴 것 등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threek@yna.co.kr
[연합뉴스 2004.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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