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사칭
‘부패 명단’ 메일에 공직자들 ‘소동’
“참여연대는 수년간 수집한 자료를 근거로, 부패공무원들의 추적을 통하여 부정부패 공직자 명단을 작성하였습니다. 민감한 사항이니만큼 홈페이지 및 언론 공개에 앞서 공무원들에게 소명기회를 주고자 합니다.”
‘부정부패 공직자명단 통보’라는 제목의 이 엉터리 e메일 한통에 청와대를 비롯한 정부기관들이 줄줄이 한바탕 소동을 벌였다.
문제의 e메일은 지난 24일 정부기관에 배달됐다. e메일은 한술 더 떠 “별 이의가 없는 한 8월28일부로 언론공개 및 참여연대 홈페이지에 명단을 등재할 예정”이라며 첨부파일까지 보냈다. 물론 이 메일은 참여연대를 사칭한 것이었고 첨부파일도 열리지 않는 엉터리였다.
하지만 파장은 엄청났다. 24일부터 참여연대의 전화기에 불이 날 정도였다. e메일에 화들짝 놀란 각 기관이나 개별 직원들로부터 진위 여부를 묻는 전화가 참여연대에 폭주했던 것.
청와대 직원이라고 밝힌 한 공무원은 “메일을 보낸 적이 있느냐”고 확인했다가 “그런 적 없다”는 답변에 안심하며 전화를 끊었다는 전언이다.
산업자원부 직원이라고 밝힌 한 공무원은 다급한 말투로 “첨부 파일이 열리지 않는데 그 안에 무슨 내용이 들어 있느냐”고 물어왔다.
또 참여연대 투명사회팀 이재명 팀장은 27일 “청와대, 산자부 외에도 철도청, 기상청, 특허청 등 상당수 공공기관에서 25, 26일 이틀에 걸쳐 확인전화가 계속 걸려왔다”며 “일부 공무원들은 자신의 소속도 밝히지 않은 채 메일의 진위 여부에 대해 관심을 보이며 촉각을 곤두세우기도 했다”고 전했다.
파장이 커지자 참여연대는 이번 사건과 관련, 지난 25일 경찰청에 명의도용 혐의로 수사 의뢰를 했다.
참여연대 이상민 간사는 “누군가 ‘홍보실’ 명의로 e메일을 발송했으나 홍보실은 존재하지도 않을뿐더러 참여연대는 공무원 개개인의 부패관련 사실을 무작위로 확인하는 작업은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또 다른 관계자는 “문의자 중에는 무언가 떳떳하지 못한 점이 있는 공무원들도 포함된 것 같다”며 “‘도둑이 제 발 저린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 등의 속담이 이 경우에 딱 어울리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김재중·선근형기자〉
[경향신문 2004.08.27]


Posted by no1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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