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 좋다

시사 2004. 8. 23. 10:08

꼴 좋다

지난 4월 실시된 총선에서 과반수 의석을 차지한 열린우리당이 눈부신 개혁을 통하여 눈부신 조국을 만들겠다고 호언장담한 사실을 우리는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입만 벌리면 혁신, 입만 벌리면 진보였다. 노무현씨를 비롯한 그 일당의 한결같은 주장은 진보만이 살고 보수는 모두 죽어야 한다는 논리에 바탕한 것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 기득권을 누리는 가진 자들은 사회의 어느 구석에나 끽 소리도 말고 잠잠하라고 호령하는 것이다.

노무현씨가 청와대의 주인이 된 뒤로 계속 경제는 망가지고 여대야소의 국회가 된 뒤에는 국민의 살림살이가 더욱 바닥을 기고 있다. 그 동안 개혁이 된 것이 무엇인가 묻고 싶다. 무슨 필요가 있어서 대한민국을 국제사회의 고아로 만들었는가. 인권의 보장이 전혀 없는 김정일의 인민공화국을 상대하여 얻은 것이 무엇인가. 천인공로할 북의 독재정권과 손을 잡으려는 자들이 어찌 감히 진보를 내 세우는가. 반동 중에도 보수 반동이다. 개혁이란 미래를 꿈꾸며 현재를 바로잡는 일이어야지 어쩌자고 과거만 들추면서 개혁이라고 하는가.

반민족행위자를 색출해야 한다고 떠들던 여당의 대표자의 아버지가 일본 헌병대에서 천황폐하에게 충성을 다하던 자라면 어떻게 얼굴을 들고 서울의 거리를 활보할 수 있겠는가. 이것이 개혁인가. “꼴 좋다”라는 말 밖에 나오지 않는다.

< 김동길 연세대 명예교수 http://www.kimdonggill.com>

[독립신문 http://independent.co.kr 2004.08.22]

Posted by no1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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