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신도 정책도 비젼도 없는 한나라당
민감한 사안들 얼버무리기로 회피
´야당다운 야당´ 요구 목소리 높아
인터넷 신종 유행어인 ´뷁스럽다(좋지않다, 껄끄럽다 등으로 풀이)´라는 말이 있다. 요즘 네티즌들이 한나라당을 두고 쓰는 표현이다. 보수정당을 자임하는 한나라당이 소위 ´진보세력´들에게 끌려다니며 이렇다 할 역할을 하지 못하자 이념적 성향이 비슷한 언론이나 시민단체, 국민들로부터도 뭇매를 맞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공방의 쟁점이 되고 있는 현안들에 대해 제1 야당인 한나라당은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특히 민감한 정책일수록 불투명한 당론으로 얼버무리다가 정부와 여당의 입장이 확정되면 비판하고 나서는 양상을 반복하고 있다. 먼저 의제를 설정하고 비젼을 제시하는 모습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13일 조선일보는 ´한나라당, 기회주의자에게는 기회가 없다´는 제목의 사설을 내고, 한나라당의 수도이전문제에 대한 미온적인 태도를 질책했다.

이 신문의 사설은 "(수도 이전에 관해)한나라당은 ‘왔다갔다’와 ‘눈치보기’로 일관해왔다"며 "2년 전 대선 때는 반대했다가 총선을 앞둔 지난해에는 충청도 표 눈치를 보며 관련 법안을 앞장서 통과시키고 총선 후에는 국민적 반응이 켕겼는지 ´법안을 졸속 처리했다´며 다시 왔다갔다를 거듭했다"고 지적했다.

국가보안법 문제에 대해서도 한나라당은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폐지는 안 되고, 시대적 상황에 맞게 고치자´라는 식의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무엇을 어떻게 고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답은 없다.

"열린우리당이 먼저 보안법 개폐정에 대한 안을 내놓으면 그때서야 입장정리를 할 것"이라고 이한구 정책위의장은 말했다. 이에 대해 국민들은 자신들의 뚜렷한 소신이나 주장없이 여당의 안에 따라 이리저리 끌려다니는 ´줏대없는 당´이라는 비판을 내놓고 있다.

한나라당은 또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가 간첩, 사노맹 출신 조사관을 기용하고 의문사 당한 남파 간첩 등을 민주화 인사로 규정하는 등 파장을 불러일으켰지만, 오히려 당내 최고위원인 원희룡 의원을 중심으로 90여명의 당소속 의원들이 의문사위 3기 출범을 찬성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이로인해 법안에 서명한 의원들은 반핵반김국민협의회로부터 낙선 대상으로 선정되는 등 시민단체들의 거센 반발에 직면했다.

이와 관련해 국민협의회는 해당의원 개개인에게 법안서명을 둘러싼 해명 및 의견을 요구하는 서면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단 네명만이 자신의 의견을 밝혀왔다.

한나라당의 이러한 행태에 대해 한 신문사 기자는 “´이슈를 만들지 못하는 정당, 이슈가 있어도 할용하지 못하는 정당이 한나라당´이라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며 “‘역시 한나라당은 대통령 권력에 이어 의회 권력마저 잃고도 여전히 정신 차리지 못하는 정당, 한 마디로 정권을 창출할 의지도, 능력도 없는 ´不姙정당’이라는 생각이 자꾸만 드는 것”이라는 혹평을 쏟아냈다.

한나라당을 향한 비난의 화살을 다 말로 표현하자면 숨차다. 최근 현정권과 여당이 실책을 거듭하는 동안 한나라당은 어부지리로 정당 지지도 1위 자리를 되찾았다. 그러나 과연 이것이 당의 뚜렷한 정책이나 노선 때문인지, 당장 현 정권이 싫은 국민들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인지는 분명치 않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한나라당이 좀 더 제1야당다운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독립신문 http://independent.co.kr 2004.08.13]
Posted by no1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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