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왜 사과하나”…네티즌 시끌
지지자들,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한 사과에 비난 봇물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12일 김대중 전 대통령을 만나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의 피해를 사과한데 대해 네티즌들의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특히 박 대표를 지지하는 네티즌 사이에서도 이를 부정적으로 보는 의견이 나오고 있어 주목되고 있다.

- 김대중 전 대통령이 12일 서울 동교동 김대중도서관으로 신임 인사를 하기 위해 찾아온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를 맞아 자리를 권하고 있다. /국회 사진기자단

이 같은 현상은 특히 ‘조선닷컴’을 비롯한 여러 우익언론사 사이트 게시판과 박근혜 대표의 팬 사이트 등 박 대표에 대해 비교적 호의적이던 분위기의 게시판에서 두드러지고 있다.

우익사이트 ´무한전진´의 필명 ‘리코’는 “당신을 지지하는 많은 유권자들은 바로 당신이 우리가 그토록 그리워하는 박정희 대통령의 딸이라는 사실 때문”이라며 “박 대통령은 물론 과실이 있었지만, 공로로 덮고 남을 만큼 훌륭한 분이었다. 그런데 그분의 행동을 사과한다니 그게 말이나 될 법 한 일인가? 당신 행동이 고작 이런 어리석은 착오로 점철되는 것뿐이라면, 우리가 어찌 당신을 계속 사랑하겠는가? 그건 상생의 정치가 아니라 수치와 굴욕의 행동이다. 정말 분통 터진다”고 비난했다.

필명 ‘소금’은 이에 대한 답글로 “나 역시 나라를 이 꼴로 만든 원흉 김대중에게 사과하고 김정일에 긍정적인 박근혜 대표를 보고 할말을 잃었다”며 “박 대통령이 잘못한 게 있다면 김대중을 정리 못한 게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박 대통령과 육 여사에 대한 향수로 박근혜란 인물을 확대 포장해 의미부여하고 있는 게 아닌지 냉철히 되짚어볼 필요를 통감한다”고 동감했다.

[조선닷컴] 게시판의 배규태씨는 “박근혜의 유신 사과. 전혀 김대중에게 사과할 사안이 아니다”면서 “(유신은)국민투표로 91.9%의 찬성으로 국민이 선택한 체제였다. 박정희가 제안했고 국민의 절대다수 찬성으로 추인한 사항”이라며 “차라리 김대중이 박근혜에게 ‘당신 아버님이 조국 건설에 매진하고 있을 때 조국건설에 보태주는 것 없이 방해만 하고 다녀서 미안하다’고 사과했어야한다”고 주장했다.

또 한승진씨도 “박근혜의 사과는 잘못이다. 김대중은 정권 잡고, 3명의 아들과 친척들을 동원해 외화 빼돌리는 도둑질로 5년을 보낸 순 도둑놈인데 사과는 무슨 사과인가?”라며 “노벨상을 뇌물주고 받은 국제 망신과, 돈 주고 김정일과 만나는 쇼, 수백조원 도둑질로 국민을 도탄에 빠트리는 일을 저지른 장본인인데 사과는 무슨 사과인가?”라고 김 전 대통령의 과오를 예로 들며 지적했다.

또 김형준씨는 “난 오늘 박근혜가 김대중에게 사과했다는 소리를 듣고 (속상해)술을 무척 많이 마셨다”며 “핍박받았던 김대중이라? 김대중은 박정희에게 핍박받은 게 아니다. 그 인간은 스스로 그래야만 영웅이 된다는 것을 아는 간교한 인물이다. 이게 뭡니까? 박근혜 나빠요”라고 성토했다.

또 필명 ‘보수인’은 “박근혜가 잘한 것인지 못한 것인지 판단이 잘 서지 않고 많은 네티즌들도 의견이 양분되는 것 같다”면서 “한편으론 동서화합을 위한 박근혜의 과감한 행보를 보니 통 크게 잘하고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김대중씨는 잘못된 대북정책으로 인해 현 좌익 꼴통 또라이 정권을 있게 한 책임이 있다. 정말 헷갈린다”고 박 대표 행보에 의문을 표했다.

박근혜 대표의 팬사이트 박사모 게시판의 ‘맥심’은 “몇 일간 박사모의 까페는 가히 폭발적인 입회자들로 문전성시를 이루었는데, 오늘은 어제보다 입회자가 반으로 줄었다”면서 “이것이 보수의 응어리를 만든 동교동의 어느 인사를 만난 것이 작용한 것일까”라고 의문을 표한 뒤, “(나는)박대표를 사랑하지만 보수의 심장에, 서해 병사의 심장에. 납북자의 심장에. 탈북자의 심장에. 그리고 수없이 굶어죽은 북한동포의 심장에 국립묘지에 누워 있는 순국선열의 심장(앞에서) 김정일을 얼싸안고 통일노래를 부르던 그 사람은 누구인가?”라고 박 대표의 김 전 대통령 앞에서 한 발언을 우회적으로 비난했다.
윤경원 기자 kwyun715@independent.co.kr
[독립신문 http://independent.co.kr 2004.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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