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 미숙' 우리당, '음주 운전' 한나라당...
▲ 조기숙 이화여대 교수.
ⓒ2004 오마이뉴스 권우성
조기숙 이화여대 교수가 열린우리당 홈페이지 등 인터넷에 올린 '한 지붕 다섯 정당 이야기'가 화제다. 열린우리당 정당개혁추진단장을 지낸 조 교수는 조만간 연구년(안식년)을 맞아 미국으로 떠날 예정이다.
10년만에 친정 식구들과 가족여행을 하면서 겪은 에피소드를 정리한 이 글은 "사사건건 부부간에 말다툼을 하고, 그것도 모자라 자식들까지 끼어 들어 심판과 노릇을 하는 너희 가족들을 보면 마치 한국 정치판의 정당들을 보는 듯 하다"는 친정 아버지의 핀잔으로 시작한다.
'한 지붕 다섯 정당'의 갈등은 가족여행중의 운전 시비로부터 시작된다.
여행 둘째 날, 조 교수의 남편은 음주로 인해 9인승 승용차의 운전대를 아내인 조 교수에게 맡기고서는 큰 차를 처음 운전하는 그녀의 운전 실력을 영 못미더워 한다. 그리고는 주차된 차를 빼내는데 한참 걸리자 "그 실력으로 어떻게 운전을 하느냐"며 핀잔을 주자, 조 교수는 "이상하게 주차한 게 원인"이라며 남편의 주차를 문제 삼는다.
우여곡절 끝에 차는 출발했는데 이번에는 큰 아이가 엄마의 운전은 불안하다며 계속 시비를 건다. 조 교수가 "엄마가 아빠보다 더 안전하게 운전한다"고 반박하자, 큰 아이는 "그렇게 늦게 가다가 뒤차가 와서 추돌하겠다"며 다시 놀려댄다.
"엄마 운전실력이 불안하면 그럼 술 취한 아빠가 운전하랴?"
목적지에 무사히 도착한 뒤에도 부부간의 '운전·주차' 시비가 이어진다. 아무렇게나 세우라는 남편의 '조언'에 맞서 조 교수는 자기 방식으로 주차를 하겠다며 안간힘을 쓴다. 그런데도 똑바로 차를 세우지 못하자 남편이 "그것 보라"며 또 시비를 건다.
그러자 조 교수는 보다 못한 친정 아버지가 조 교수의 가족에게 '한 지붕 네 정당'이라며 정치평론을 빗대 훈계한 내용을 소개한다.
"미숙한 열린우리당이 운전대를 잡으니까 운전에 익숙한 한나라당이 맘을 놓지 못해 쓸데없는 참견까지 한다는 것. 자기(남편)가 술 취한 생각은 못하고 열린우리당보다 운전을 잘 할 수 있다는 착각에서 깨어나지 못한다. 주차를 아무렇게나 하라고 코치하면 그렇게 따라주면 어때서 꼭 어깃장을 놓다가 제대로 하지도 못하는 내 태도는 마치 열린우리당의 행태를 보는 듯하다. 내가 하는 모든 일을 일일이 간섭하고 참견하는 그리고 못미더워하는 남편은 영락없이 완고한 한나라당을 빼 닮았다는 것이다.
엄마를 불신하는 큰아들은 언행이 과격한 품새가 꼭 민노당이다. 실제로 큰아들은 권영길과 민노당 추종자이다. 더러운 정치학을 전공하는 엄마에 대한 반항심으로 주로 아빠 편을 드는 것도 꼭 민노당 같다. 큰애는 아빠보다 더 가혹하게 엄마의 운전이 불안하다고 불평을 해댔다. '엄마가 불안하면 그럼 술 취한 아빠가 운전하랴?'라고 되물으니 큰놈이 입을 다문다. 대안 없이 비판만 해대는 꼴도 꼭 민노당이다."
이어 조 교수는 "소리 지르는 아빠를 미워하며 엄마와 가장 정서적으로 밀착돼 있지만 가장 엄마를 괴롭힌다"는 둘째 아들은 민주당, "묵묵히 집을 지키는" 시어머니는 자민련에 비유했다.
조 교수는 "한 지붕 다섯 정당, 끔찍해 보이지만 우린 그래도 행복하고 즐겁게 각자의 개성을 존중하면서 화목하게 살아가고 있다"며 "우리 정당도 작은 일로 싸우고 큰 일에서는 화합하여 비약적인 국가의 발전을 앞당기면 얼마나 좋겠냐"는 바람으로 끝을 맺는다.
다음은 조기숙 교수가 올린 글 전문이다.
한 지붕 다섯 정당 이야기
날씨도 더운데 짜증나는 이야기 하나 할까요?
연구년 출국을 앞두고 10년만에 친정 식구들과 가족여행을 다녀왔다. 2박3일의 일정이 끝나갈 무렵 친정 아버지가 한 말씀 하셨다.
"니네 식구들하고는 피곤해서 못 다니겠다. 무슨 가족이 이렇게도 의견 통일이 안 될 수가 있니? 사사건건 부부간에 말다툼을 하더니 그것도 부족해서 자식들까지 끼어 들어 심판관 노릇을 하는구나. 마치 한국정치판의 4당을 보는 듯 하다."
사실 겉으로는 남편과 내가 잉꼬부부로 보이지만 속으로는 사소한 다툼을 끊임없이 하는 편이다. 우리도 모르게 습관화돼버린 버릇이 부모님들 앞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이다.
여행 둘째 날 늦은 저녁을 맥주집에서 했다. 남편은 3000cc를 2개나 주문해서 마셨으니 운전을 했다가는 분명히 걸릴 것이 뻔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가 운전을 하겠다고 호기를 부렸다. 친정 여동생을 포함해 모두 7명의 식구가 함께 여행을 하나보니 9인승 승용차를 빌렸던 것이다. 남편은 처음으로 큰 차를 운전해야 하는 나를 못미더워했다.
남편이 차를 이상하게 주차해 놓아 차를 뒤로 빼는데 한참 걸렸다. 결국 남편이 차만 뽑아주고 내가 운전을 하게 되었는데 남편은 그 실력에 어떻게 운전을 하느냐고 핀잔을 했고 나는 남편의 주차 잘못이 원인이라며 맞섰다.
우여곡절 끝에 차가 출발했는데 큰 녀석이 엄마의 운전은 불안하다며 계속 시비를 건다. 엄마가 아빠보다 더 안전하게 운전한다고 내가 반발하자 그렇게 늦게 가다가 뒤차가 와서 추돌하겠다며 다시 놀려댄다.
결국 목적지에 무사히 도착하자 남편은 주차장에 차도 없는데 아무데나 막 세우라고 난리다. 나는 제대로 세워보겠다며 식구들을 모두 차에서 내리도록 했다. 끝까지 남편은 옆에 서서 아무렇게나 세우라고 말하고 나는 끝내 내 고집대로 몇 번을 수정해가며 세웠다. 그러나 결국 똑 바로 세우지는 못했다. 남편은 그것보라며 또 시비를 건다.
친정 아버지의 해석은 이렇다.
미숙한 열린우리당이 운전대를 잡으니까 운전에 익숙한 한나라당이 맘을 놓지 못해 쓸데없는 참견까지 한단다. 자기 술 취한 생각은 못하고 열린우리당보다 운전을 잘 할 수 있다는 착각에서 깨어나지 못한다는 것이다. 주차를 어떻게 하든 무슨 상관이며, 또 주차를 아무렇게나 하라고 코치하면 그렇게 따라주면 어때서 꼭 어깃장을 놓다가 제대로 하지도 못한다는 것이다. 스케쥴을 세웠다가 즉석에서 뒤바꾸는 나의 태도도 마치 열린우리당의 행태를 보는 듯하다고 한다. 내가 하는 모든 일을 일일이 간섭하고 참견하는 그리고 못미더워하는 남편은 영락없이 완고한 한나라당을 빼 닮았다는 것이다.
엄마를 불신하는 큰아들은 언행이 과격한 품새가 꼭 민노당이란다. 실제로 큰아들은 권영길과 민노당 추종자이다. 더러운 정치학을 전공하는 엄마에 대한 반항심으로 주로 아빠 편을 드는 것도 꼭 민노당 같다. 큰애는 아빠보다 더 가혹하게 엄마의 운전이 불안하다고 불평을 해댔다. "엄마가 불안하면 그럼 술 취한 아빠가 운전하랴?"라고 되물으니 큰놈이 입을 다문다. 대안 없이 비판만 해대는 꼴도 꼭 민노당이다.
이 아수라장에서 둘째 녀석이 빠질 리가 없다. 둘째는 엄마와 가장 정서적으로 밀착돼 있다. 그러나 엄마를 은근히 무시해서인지 말은 잘 듣지 않는다. 그리고 한 번 심술이 나면 엄마에게 온갖 땡깡을 다 부린다.
큰애와 작은애는 취미와 식성이 달라 식구들이 뭘 함께 하지를 못한다. 드라마 올인의 촬영으로 유명한 섭지꼬지를 갔을 때, 큰애는 주위 경치에 취해 5분만 더 있다 가자고 버티고, 작은애는 배고프다며 빨리 가자고 아우성이다. 큰놈과 작은놈이 의견의 충돌을 보이면 중간에서 죽어나는 것은 엄마다. 작은놈은 자기가 가장 믿는 엄마에게 달라붙어서 온갖 짜증을 다 내기 때문이다.
큰애와 작은애는 좋아하는 피자도 달라서 피자 주문을 할 땐 3판을 주문해야 한다. 큰애는 미스터 피자, 작은애는 피자애땅. 피자애땅은 한 판 주문하면 1판이 공짜라 2판이 배달된다. 아이들의 개성과 취향을 최대한 존중하다보니 여행을 가서도 스케쥴은 물론이고 뭘 먹을 것인지조차 합의가 안되는 경우가 많았다.
아버지 왈, 작은 녀석은 꼬마민주당이란다. 실제로 작은아이는 이 세상에서 제일 좋은 사람은 엄마이고, 제일 싫은 사람은 아빠란다. 아빠는 소리 지르고 무서우니까. 그런데 막상 작은 녀석으로부터 괴롭힘을 당하는 사람은 엄마다. 가장 정서적으로 밀착돼 있는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의 관계를 보는 듯하다.
아무리 민주당이 배신자라고 열린우리당을 몰아세워도 정서적 친밀감은 어쩔 수 없을 것이다. 그랬기에 이해찬 총리지명에 민주당이 가장 환영을 표하지 않았던가. 열린우리당은 엄마가 자식을 무조건 사랑하듯 민주당에 애정의 마음을 갖기 바란다. 민주당은 노무현 정부 출범에 기여한 것이 분명하니까. 작은놈이 아무리 엄마를 괴롭혀도 엄마의 가장 큰 기쁨은 역시 그 녀석의 탄생에 있다.
다음 날 바닷가에 갔는데 친정엄마가 물을 먹고 싶다고 했다. 아버지 왈, "왜 벌써 물이 먹고 싶은데? 바다에 나온 지 얼마 됐다고 물을 찾느냐고?"
의아하게 쳐다보는 우리에게 한 말씀하신다.
"니네 부부 흉내 좀 내 보았다. 꼭 싸우는 꼴이 우리나라 정당 같아서. 앞으로는 불필요한 논쟁 그만 하고 싸울 일로 좀 싸우기 바란다."
그런데 자민련은 어디 갔냐구요? 요즘 언론의 주목도 못 받고 있지요. 집에서 묵묵히 집 지키시는 우리 시어머니 자민련에 비유하면 너무 모욕인가요? 무조건 안전과 몸조심으로 일관하는 면이 약간은 닮기도 했지만. 그래도 우리 시어머니 지난 총선에 아침나절 할머니들에게 전화해서 열린우리당 찍도록 설득해 10표도 넘게 기여하셨답니다.
한 지붕 5정당, 끔찍해 보이지만 우린 그래도 행복하고 즐겁게 각자의 개성을 존중하면서 화목하게 살아가고 있답니다. 우리 정당도 작은 일로 싸우고 큰 일에서는 화합하여 비약적인 국가의 발전을 앞당기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이한기 기자
[오마이뉴스 2004.08.01]

Posted by no1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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