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금실 前법무 이임식
“하고 싶은 말 못하고 떠나”
강금실(康錦實) 법무부 장관이 29일 이임식에서 “진짜 하고 싶은 말은 못하고 떠나는 게 이별”이라는 말을 남겼다. 그는 누구에게 무슨 말을 하고 싶었을까.

그와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만남은 특별했다. 노 대통령은 ‘검찰 경험이 없는 40대의 여성’인 그를 파격적으로 참여정부 첫 법무부 장관에 임명했다. 강 전 장관도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인사문제 등에 대해 이전과는 다른 파격적인 개혁을 추진했다.

그런 특별한 만남도 노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장관 교체로 막을 내렸다.

청와대는 강 전 장관이 1년5개월 동안 맡은 바 소임을 다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교체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것이 노 대통령이 강 전 장관을 떠나보내는 ‘진짜 이유’인지 의문이 든다.

청와대는 ‘쉬고 싶다’는 본인의 의사도 고려했다고 말했다. ‘합의’에 의한 결별을 강조한 것이다. 하지만 강 전 장관 본인이 교체사실을 당일 아침 통보받은 점에 비춰 이 말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법무부와 대검의 몇몇 검사들은 강 전 장관의 이임사를 보면 이별의 진짜 이유를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한다. “정치의 중심에서 움직여야 할 때 장관직에 회의가 생겼다”는 대목이다.

사실 강 전 장관은 장관 재임 기간 내내 정치의 중심에 있기를 요구받았다. 여권의 총선 출마 요구가 그랬고, ‘검찰 장악’ 요구도 그랬다.

그러나 그는 정치로부터 멀어지려고 노력했다. 한때 가까이 가려 한 적도 있었지만 그럴수록 피곤해 하면서 “자유롭고 싶다”고 했다. 정치는 늘 싸움 속에 있었지만, 그는 “싸우지 않고 이기고 싶다”고 했다.

언젠가 사석에서 어느 기자가 “다시 태어나면 무엇이 되고 싶으냐”는 질문을 하자 “다시 태어나고 싶지 않다”고 했다. 그래서 장관 교체 소식이 그에게는 ‘너무 즐거운’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결국 노 대통령과 강 전 장관의 본질적인 결별 이유는 권력과 자유의 ‘화합할 수 없는’ 성격차이에 있는 것 같다.

이수형기자
sooh@donga.com
[동아일보 2004.07.29]

Posted by no1tv
,